[프랑스월드컵 무얼 남겼나]4.끝 이제는 2002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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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프랑스월드컵은 차기 개최국인 한국에 많은 것을 가르쳐 줬다. 90년 이탈리아.94년 미국월드컵에서 연속으로 예선탈락했던 프랑스는 93년말에 이미 98년 월드컵을 겨냥한 준비를 시작했다.

언론의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4년 동안 흔들림 없는 준비는 결국 우승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조직위원장에는 실질적인 살림꾼 페르난드 사스트르와 '얼굴마담' 인 미셸 플라티니를 공동위원장으로 선임, 세계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기존 프로구단들이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9개 축구전용구장 개.보수와 생드니 주경기장 신축으로 경기장과 관련한 어떤 잡음도 나오지 않았다.

프랑스월드컵의 '백미' 로 꼽혔던 TV중계와 거의 완벽한 지하철 등도 프랑스가 자랑할 만했다.

2002년 월드컵은 21세기 첫 월드컵에다 아시아에서 치러지는 최초의 대회, 그리고 두 나라가 공동으로 치르는 첫 월드컵이기도 하다.

세계의 관심은 아시아 국가가 과연 월드컵을 잘 치러낼 수 있을까, 그리고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다를까에 쏠릴 것이다.

그러나 준비과정에서부터 한국은 프랑스는 물론 공동 개최국인 일본과도 여러 모로 비교된다.

우선 일본조직위원회는 대부분의 주요 담당자들이 한달 이상씩 프랑스에 머물며 프랑스조직위원회의 준비.진행과정을 지켜봤다.

반면 한국조직위원회는 1.2.3진으로 나눠 열흘씩 갔다 왔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기자들은 각사에서 1~2명씩 파견됐지만 그마저 한국의 예선탈락과 동시에 단 한 신문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철수했다.

일본의 대규모 취재진이 폐막식 때까지 왕성한 취재활동을 펼친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또 있다. 한국은 실질적으로 아직 개최도시가 확정되지도 않았다. 지난해말 10개 도시를 선정했지만 공공연히 개최도시 수를 줄이겠다는 말이 나온다.

6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에 확정하겠다고 했으나 7월 중순이 되도록 아무 소리가 없다. 개최도시 중에는 이미 경기장 건설을 포기한 곳도 있고 눈치만 살피며 시작도 안한 곳도 있다.

과연 한국이 차기 개최국인가 의심할 만한 대목들이다. 경제난국에 무슨 월드컵 준비냐고 말한다면 개최국 자격이 없다.

우리는 이미 월드컵을 통해 온 국민이 웃고 울고 프랑스가 하나가 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준비는 지금부터 해야 한다. 아직 4년이나 남았다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

축구인들은 중구난방으로 떠들지 말고 중지를 한곳으로 모아야 한다.

일단 방향을 정하고 틀을 잡았다면 주위에서 흔들지 말고 힘을 모아줘야 한다. 2002년 월드컵의 주역이 될 선수들을 지금부터 집중 육성해야 한다.

일본과 어떻게 협조할 것인가도 지금부터 연구해야 한다. 공동개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동통신을 한.일 공동으로 사용하는 단순한 것에서부터 최첨단 기술에 이르기까지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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