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이윤기씨 신작 장편 '뿌리와 날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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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작가 이윤기 (51) 씨가 장편소설 '뿌리와 날개' 를 최근 펴냈다 (현대문학刊) .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돼 문단에 나온 이씨는 그간 소설가이기보다 번역가로 활동해왔다.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등 그가 번역한 작품은 정확한 문장과 문체로 많은 독자들의 반향을 불렀다.

그런 그가 90년대초 미국에서 신화와 비교문화를 연구하고 돌아와 3년전부터 소설 창작에 무섭게 매달리고 있다.

"겨우 스타트라인 앞으로 들어서는 기분인데 너무 많이 쓴다고 사람들이 그런다. 아침마다 처녀의 몸이 되어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

근래들어 장편 3편, 소설집 1권을 펴냈으니 너무 많이 쓴다는 소리를 들을만 하다. 그러나 그것도 부족한지 작가는 날마다 처녀처럼 일어나 우리 소설의 처녀지를 개척하고 싶다는 것이다.

'뿌리와 날개' 는 혼혈아를 통해 삶과 문화, 그리고 자아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있는 작품. "세월은 주검으로부터 살을 발라내고 뼈만 남긴다.

이것이 바로 육탈의 프로세스, 화석화의 프로세스다.

세월은, 그러면, 우리 기억으로부터 무엇을 발라내고 무엇을 남기는가. "

이 작품은 문명의 세월, 인류.개인의 기억을 좇는다.

한국전 참전 미군의 손자로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혼혈인 시논. 그 시논이 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에 머무르는 나를 찾아와 내게 영어도 가르치고 나에게서 한국에 관해서 배운다.

나는 시논과 만남이 더해가면서 시논의 삶과 개인사에 짙은 그늘과 우수가 깃들여 있음을 안다. 혼혈인을 내세웠으므로 당연히 국가간 문화의 차이와 문화간의 이해를 묻는데로 나가며 이씨는 폭넓은 인문적 교양으로서 독자들에게 문화를 이해시킨다.

그리고 나와 시논 사이의 끊임 없는 대화를 통해 세계와 삶, 그리고 타인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뿌리와 날개' 는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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