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로야구] 열아홉 안치홍 ‘KIA의 미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프로야구에 심정수(은퇴)-최정(SK)을 잇는 무서운 ‘소년장사’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안치홍(19·KIA·사진)이다.

안치홍은 2일 대구 삼성전에서 데뷔 첫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시즌 두 자릿수 홈런(10개)을 기록했다. 10대 나이로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5번째 선수가 됐다. 김재현(SK·1994년)·이승엽(요미우리·95년)·김태균(한화·2001년)·최정(SK·2006년) 등 10대에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들은 한국 야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안치홍의 성장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기준을 10대가 아닌 22세 이하로 넓혀도 안치홍의 홈런 기록은 가치가 있다. 90년대 한 해 평균 25명이던 22세 이하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 타자는 2000년대 들어 연평균 12명으로 줄어들었다. 투수와 달리 야수들은 선배들의 벽이 높다. 신예들은 보통 백업 요원으로 경험을 쌓는 데 만족해야 한다. 풀타임 선발이 어려워 타석에 설 기회도 적다. 또 외국인 타자들의 등장으로 국내 파워히터들은 더욱 자리 잡기가 어렵다. 젊은 타자들의 1군 풀타임 출장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다.

안치홍의 성장은 조범현 KIA 감독의 배려 덕이 크다. 안치홍은 변화구에 약점(삼진 53개)이 있고, 수비 실책(8개)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조 감독은 안치홍에게 풀타임 1군을 보장하고 있다. 조 감독은 “안치홍이 아직 어려서 당장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지만 1년 내내 데리고 다니겠다. 팀 성적이 급하지만 팀의 5년 뒤, 10년 뒤를 보면 미련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조 감독은 야인 시절이던 2007년 서울고 인스트럭터로 활동하며 안치홍의 대형 내야수 성장 가능성을 봤다. 서울고 안치홍은 2학년 때 대통령배 타격 3위, 홈런과 타점 1위에 올랐다. 3학년 때도 대통령배 타격 1위를 차지하며 재능을 보였다. 2007년 말 KIA 지휘봉을 잡은 조 감독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전체 1번으로 안치홍을 지목했다. 투수가 아닌 야수가 전체 1번으로 지명되는 일은 아주 드물다.

안치홍은 실력뿐 아니라 인기도 높다. 올스타전 선발 출장이 유력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팬 투표 결과 웨스턴리그 2루수 부문(49만33표)에서 2위 박경수(LG·15만8053표)에 크게 앞서고 있다. 올스타 팬 투표에서 안치홍보다 득표 수가 많은 선수는 김현수(두산·52만1389표)뿐이다.

팀에서도 선배들의 애정 어린 조언이 잇따른다. 특히 이종범은 20년 어린 후배를 열심히 가르친다. 이종범의 보살핌에 ‘바람의 증손자’ 별명까지 얻었다. 안치홍은 “이종범 선배님처럼 팀을 이끌고 상징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막내인 내가 열심히 뛰어 KIA가 파이팅이 넘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허진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