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아래아 한글' 꼬여만 가는 앞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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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아래아 한글' 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한글과 컴퓨터사 (한컴) 의 인수를 둘러싼 마이크로소프트 (MS) 사와 글 지키기 운동본부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혼미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MS는 이미 한컴에 투자하는 대신 글 개발을 포기할 것을 제안, 의향서까지 교환한 상태이나 이민화 (李民和) 한국벤처기업협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운동본부측은 '우리가 한컴을 인수해 글을 살리겠다' 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다 한컴사 경영진 내부의 의견도 서로 엇갈려 당초 이번 주초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계획이던 한컴의 방침이 미뤄지는 등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글이 없어지면 한글 표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시중의 지적을 의식, MS사는 14일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MS프로그램을 개선하겠다" 는 방침을 밝히는 등 한컴 인수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운동본부는 이날 이에 대해 "한컴사는 1조원의 공공가치를 지닌 아래아 한글을 살리기 위해 운동본부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고 거듭 촉구면서 인수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李본부장은 "글이 죽으면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 모두 무너질 수밖에 없다" 며 "한컴의 이찬진 사장은 자식을 살린다는 심정으로 아래아 한글을 지키길 바란다" 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통부 등에서는 '시장원리에서 실패한 회사를 놓고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컴 내부에서도 더이상 '한컴의 자력회생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MS의 투자제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 과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할 때 운동본부측에 넘겨야 할 것' 이란 의견이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쟁은 빠르면 이번 주중에 결론이 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자금사정으로 한컴이 계속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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