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보호법] 정규직으로 전환은 미미 임금 차별 시정은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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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노동위원회법 등 세 가지 법률에 이런 조항이 담겨 있다.

고용제한 기간 2년이 시작되는 시점은 이달 1일이다. 기업들은 이때가 오기 전에 미리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공기업·공공기관 등 일부에서만 그랬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1일 기자회견에서 “고용기간제한 규정을 두고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고 있지만 법의 취지가 고용시장에선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년간 11만3366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지위가 바뀌었다. 서울시설공단이 지난해 1월과 올해 1월 272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무기계약직이란 계약기간이 없는 계약직 근로자를 말하는데 본인이 사직하지 않으면 계속 일할 수 있어 정규직과 다름없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이 지난해 10월 3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런 식으로 공공부문에서 8만3990명이 정규직이 됐다.

민간부문에선 지난해까지 우리은행(3100명), 부산은행(606명), 신세계(5026명), 홈플러스(2758명) 등 대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2만9376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노동부 허원용 고용평등정책관은 “올 들어서는 외환은행이 9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노조와 잠정 합의한 것 외 정규직 전환이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이 경제활동 부가조사자료와 고용보험가입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2007~2008) 13.2~14.4%가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2006년 12.4%, 2006~2007년 12.7%보다 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앞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만한 여력이 있는 데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보호법의 차별시정제도는 그런대로 효과를 보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는 같은 임금을 주도록(동일노동 동일임금) 규정하고 있다.

올해 5월 27일 코레일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영양사 7명은 대법원에서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을 적게 받은 것으로 인정된다. 2007년 7월 1일 이후 정규직과의 임금차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이에 앞서 경북지방노동위원회도 2007년 10월 고령축협의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정규직과의 임금차액을 지불토록 결정했다.

2007년 7월 이후 5월 말까지 노동위원회에 차별 구제를 신청한 경우는 2142건 4692명이다. 이들 중 차별시정 명령이 내려진 것은 99건(1459명)이다. 노동위원회의 조정(487건)이나 신청 뒤 당사자가 합의해 취하(862건)하는 방식으로 구제받은 사람도 1690명이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이수영 사무국장은 “기업이 차별시정 건으로 제소당하면 이미지 손상 등 파급효과가 커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된 뒤 기업들이 차별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지난해 정규직 대비 87%까지 올랐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성(性)·근속연수·경력 등이 같을 경우다. 그러나 근속연수 등이 같은 경우는 별로 없다. 학자금과 같은 복지 수준도 정규직보다 못하다. 실제 근로에 따른 총소득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찬·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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