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 “마지막 1이닝만 던지니 전력투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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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의 수호신 임창용(33)이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 이유로 ‘철저한 투수 분업’을 꼽았다.

임창용은 최근 일본 격주간지 ‘스포츠 그래픽 넘버’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마지막 1이닝에만 나가서 던지기 때문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며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타자 세 명만 상대해도 좋으니까 거기에 모든 신경을 쏟아 전력투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에 진출한 그는 올해까지 84경기에서 81과 3분의2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1이닝 이하를 던진 셈이다. 셋업맨인 마쓰오카 겐이치-이가라시 료타가 7, 8회를 책임져 주면 9회에 마운드에 오른다. 올 시즌에도 30경기에서 30과 3분의2이닝을 던져 2승 무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0의 완벽투를 이어가고 있다. 전력투구가 가능하자 임창용의 뱀직구도 더 강력해졌고 5월 15, 16일 한신전에서는 시속 160㎞까지 기록했다.

임창용은 “한국에서는 매일 나가서 던지다 보니 피로가 쌓여 어깨와 팔꿈치에 부담이 왔다”며 “팀이 위기에 놓이면 5, 6회라도 나가는 게 당연한 때였다.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애니콜’이란 별명이 말해주듯 1999년 삼성 시절엔 구원투수임에도 71경기에서 138과 3분의2이닝을 던졌다. 연투 후유증으로 팔꿈치가 점점 나빠졌고 결국 2005년 말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임창용은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당시 일본과의 결승전 3-3으로 맞선 10회 초 이치로에게 결승타를 맞자 일부에선 그가 벤치 지시를 무시하고 승부를 걸었다고 비난했다.

임창용은 “후배들에게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지금도 가끔 결승전이 생각난다”고 아쉬워하면서도 “후회하진 않는다. 마무리로서 비판도 아픔도 묵묵히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김효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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