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아시아가 '헉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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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낮에는 불볕더위와 비지땀, 밤에는 열대야. 요즘 동아시아 사람들이 겪고 있는 생활이다. 더위를 먹어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사람까지 속출한다. 에어컨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일이 잦아 짜증을 더해준다. 동아시아의 한여름 풍속도다.

*** 일본 일사병 환자 속출

◇열대야=밤의 최저기온이 25도를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가 잦아지면서 중국 베이징(北京)에선 밤에 웃통을 벗고 다니는 남자들이 흔히 눈에 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08년 올림픽 개최 도시의 시민으로서 체면을 지키자'며 자제하던 분위기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열대야에 체면은 무너졌다. 특히 낮에 내린 비가 밤에는 뜨거운 수증기가 돼 도시를 감싸는 '한증막 열대야'가 가끔씩 새벽까지 계속되고 있다. 상하이(上海)의 육교.공원에선 웃통을 벗은 채 줄지어 잠자는 진풍경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일본에선 지난 20일 밤 도쿄(東京)일대 최저기온이 30.1도에 머물러 간토(關東)지방의 '열대야 온도'최고를 기록했다. '초열대야'란 이름도 붙었다.

이날 요코하마(橫濱) 28.7도, 지바(千葉)시 28.4도 등 대부분의 지역이 열대야 현상을 보였다. 주부들의 수면 시간이 평소보다 40분 적은 5시간40분대로 줄었다.

도쿄 도심의 아파트 옥상이나 공원에는 밤 늦게까지 맥주 파티를 벌이거나 불꽃놀이를 하면서 더위를 쫓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냉방 시설이 잘 돼 있는 쇼핑센터.노래방 등은 불야성이다. 호텔 수영장들도 밤 늦게까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불볕 더위=도쿄는 지난 21일 39.5도까지 오르는 등 이달 들어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불볕 더위가 2주 넘게 계속됐다.

지난 21일에는 시민 81명이 일사병으로 입원했다. 와카야마(和歌山)현의 야구장에선 학교 경기를 응원하던 고교생 32명이 더위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다.

1년 내내 무더위에 익숙한 홍콩.동남아시아 주민도 이례적인 고온에 헉헉거리고 있다. 홍콩의 일부 지역은 이달 초 기상관측소 설립 이후 가장 높은 37도까지 올라갔다. 홍콩을 관광 중인 외국인들은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다니는 시민들이 많아 이색적"이라고 말했다.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선 지난달부터 35~37도의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에어컨이 품귀 상태다.

*** 중국 서점 오후엔 문 닫아

◇전력난=중국에선 에어컨 사용이 급증, 곳곳에서 전력 공급이 중단돼 시민의 불편을 더해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1일 "전력 소비량이 6억4000만㎾h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력 소비가 급증하자 베이징시는 21일 오후 올들어 처음으로 약 47분간 교외에 제한송전을 실시했다.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일이 잦다.

이 때문에 베이징시의 최대 서점은 최근 낮 12시 이후 영업을 중단했다. 상하이시는 이달 중순부터 고층건물의 야간조명을 중단했다. 인도 뉴델리에선 심야에 전력이 끊겨 찜통 더위에 시달리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홍콩=이양수.베이징=유광종.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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