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사업 놓고 65억 금품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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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서울 동작구 상도11지구 재개발 과정에서 구청 공무원과 토지 소유주 등을 상대로 65억원의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배임증재 등)로 시행사인 S주택 대표이사 기모(61)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기씨는 주민들이 중심이 된 조합 방식 사업 대신 민영개발 방식으로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06년부터 로비를 벌였다. 조합 방식의 경우 시행자가 무허가 건물 세입자에게 이주 대책을 마련하거나 임대아파트를 지어야 하지만 민영주택은 그럴 필요가 없어 이익을 더 낼 수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지역 개발사업은 상도4동 일대 5만여㎡(약 1만5000평)의 부지에 지상 7~12층짜리 아파트 11개 동을 지어 300억~400억원의 사업 이익이 예상됐다.

기씨는 재개발 예정지 중 80% 이상의 소유권을 가진 J재단의 이모(73) 이사장과 임원 등에게 토지 매각에 찬성하고 대금을 50억원 깎아 주는 명목으로 34억7000만원을 건넸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토지를 사들이기 위해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달라며 주택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위원장 최모(66)씨와 임원 등에게도 14억3000만원을 줬다고 한다.

검찰은 또 기씨가 추진위와 용역 계약을 체결한 도시정비업체인 L사 이모(45) 대표이사 등에게 “주민들이 추진하는 재개발 조합 설립을 막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16억5000만원을 제공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작구청 도시정비과장 박모(57)씨는 주민들의 조합 설립 인가를 미뤄 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시공사인 K건설 차장 이모(45)씨는 은행에 지급보증을 서 주는 대가로 6000만원을 각각 기씨로부터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기씨가 그동안 조사에서 돈을 건넨 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기씨에게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J재단 이사장 등 7명을 구속 기소하고, K건설 차장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기동 특수3부장은 “로비자금은 모두 공사 원가에 반영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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