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산불·지진·폭염 신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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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구촌 곳곳에서 산불.지진 같은 자연재해와 폭염 (暴炎) 등 기상이변으로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이상고온 현상과 가뭄의 장기화 등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추정된다는 게 기상학자들의 분석이다.

◇ 산불피해 = 미 플로리다주 북부를 중심으로 한 전역에서는 지난 5월말 발생한 산불이 맹렬한 기세로 확산되면서 12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4일 가옥을 버리고 대피했다.

산불은 건조한 기후와 강풍을 타고 급속히 확대, 17만5천㏊의 땅이 황폐화됐다.

피해가 심한 북부 플래글러 카운티에서는 대피한 주민 4만여명이 4일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산불로 인해 잭슨빌에서 케이프 커내버럴 근처의 티터스빌에 이르는 동해안 95번 주간 (州間) 간선도로 2백㎞도 완전 폐쇄됐고 티터스빌에서 오몬드 비치에 이르는 도로변의 수십여 개발지역에 자리잡은 호화주택 25만채와 트레일러 등도 화재의 위협을 받고 있다.

산불은 현재 북부의 휴양지 데이토나 비치와 오몬드 비치까지 번지고 있으며 연기가 대형 산불 발생지역에서 수백㎞ 떨어진 마이애미까지 퍼지고 있다.

현재까지 산불로 인한 추정 피해규모는 2백76억달러. 피해가옥이 2백여채, 부상자가 1백명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망자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로튼 칠레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모든 구호인력을 파견토록 긴급 지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중까지는 비가 내릴 가능성이 거의 없어 산불피해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무더위 = 일본 간토 (關東) 지방과 오사카 (大阪) 지역 등지에서는 사흘 연속으로 섭씨 36도 이상의 혹서가 계속돼 일사병으로 사망하거나 쓰러지는 사고가 속출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4일 낮 군마 (群馬) 현이 섭씨 40.3도로 최고기온을 보인 것을 비롯, 마에바시 (前橋) 38.6도, 도쿄 (東京) 36.1도 등 간토 및 도카이 (東海) 지방이 연일 36~40도의 높은 기온분포를 보였다.

평년보다 6~12도 가량이 높은 날씨 때문에 일사병 환자가 속출, 지난 3일 3명이 사망한데 이어 4일 2명이 숨지고 1백87명이 쓰러져 병원에 후송됐다.

기상청은 "태평양고기압의 영향 때문" 이라고 밝히고 5일 이후부터는 장마전선이 남하해 더위가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스에서도 혹서와 강풍이 겹치면서 아테네 주변에서 화재가 속출, 4일 (현지시간) 현재 1명이 숨지고 수백명의 주민들이 대피했다.

섭씨 45도까지 올라가는 혹서가 1주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잇따르고 있는 화재는 이날 하룻동안만 그리스 전역에서 1백80건이 발생했다.

건조한 기후와 이상고온, 강풍속에 발생한 화재는 특히 아테네 주변에서 빈발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최고 섭씨 44도를 웃도는 더위로 최소 10명이 숨졌다.

◇ 지진 = 지난주 강진으로 1백44명의 사망자를 냈던 터키 남부 아다나 지방에서 4일 또 다시 네차례의 지진이 발생, 9백1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오전 5시쯤 (현지시간) 엄습한 이번 지진은 진도 5.1로 측정됐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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