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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피크 3신- 1%의 가능성, 공격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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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는 편안하게 끼웠다.

K2 스팬틱 골든피크 원정대(K2코리아·중앙일보 후원)가 지난 28일 아침(현지시간), 파키스탄 골든피크(7027m) 북서 필라(기둥) 정상 도전에 첫 발을 뗐다. 김형일(K2익스트림팀·41) 대장을 필두로 민준영(36)·김팔봉(35) 대원 등은 오전 8시 30분 골든피크 아래 바르푸빙하(4500m)를 출발해 5시간 만에 해발 5200m 눈 사면에 첫 번째 비바크 사이트를 마련했다.


원정대는 오후 3시쯤 눈 사면을 파고 잠자리를 마련한 뒤 휴식에 들어갔다. 첫날 구간은 경사도 40~50도의 비교적 완만한 눈길이었지만, 오전 11시가 돼야 겨우 햇볕이 들어오는 골짜기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 골든피크 북서 필라(기둥)는 마치 파르테논 신전처럼 빙하를 향해 육중한 몸을 내밀고 있어, 빙하에 서 있으면 벽의 상황을 모두 관찰할 수 있다. 그래서 벽을 기어오르는 대원들의 움직임이 스포츠클라이밍 경기처럼 느껴질 정도다.

원정대는 수직고도 2200m의 북서 필라 등정을 4일에 걸쳐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 대장과 대원들은 전날 저녁 “벽 구간을 4스테이지로 나눈 뒤, 하루에 500~700m 정도씩 고도를 높여가자”는 전략을 짰다. 나흘째에 오르게 될 6200~6700m 구간이 최대 난벽이다. 이 지점에서 벽의 경사도는 70도 이상 또한, 하켄·캠(바위 틈에 박는 확보 장비) 등을 설치할 크랙(바위의 틈새)도 찾기 힘들 정도로 벽이 완강하다. 무엇보다 이 구간은 지금까지 누구의 발길도 허용하지 않은 미답지다. 영리하고 기민한 루트파인등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해발 6700m 벽 상단부를 올라 채고 나면 다시 정상까지는 약 2km의 설 사면이 이어진다. 이를 넘어서면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하산까지 합치면 총 6~7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방에 끝낸다.”

정상을 향해 떠나기 직전, 김 대장이 대원들에게 자기 최면을 걸 듯 내뱉었다.


국내 최초로 히말라야 7000m 이상 고산 거벽에서 알파인 스타일로 진행되는 골든피크 원정은 정상으로 가기 위한 고정 로프를 깔지 않는다. 최소한의 자기 확보만을 한 채 맨 몸으로 오르는 것이다. 그만큼 위험성과 불확실성은 가중된다. 실제로 대원들은 베이스캠프를 구축한 이래, 고정로프를 설치하는 않는 것은 물론, 등반 루트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세계산악연맹에서 정의한 '알파인 스타일이란 어떠한 정찰 등반도 하지 않는다'는 정의를 따르기 위해서다.

김 대장은 “가능한 한 힘을 비축한 뒤 일거에 오른다는 게 우리의 첫 번째 전략”이라고 말했다. 대원들은 보름 동안 골든피크 맞은편 5000m 지점으로 단 두 차례 고소적응 훈련을 다녀왔다.

성패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대원들은 저마다 자신감에 차 있다. 민준영 대원은 “8000m 레이스에만 몰두하고 있는 한국 등반계에 새로운 등반 스타일을 선보이겠다. 이제 우리도 남이 간 길만 따라 갈 것이 아니라 모험적인 루트를 개척해야 될 때가 됐다”고 각오를 다졌다.

“알파인 스타일 등반은 8000m 노멀루트 워킹에 비해 성공 확률이 10% 정도다. 거기에 신루트를 선택한다면 가능성은 1%로 낮아진다.”
김형일 대장이 종종 하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 1%의 가능성에 희망을 두고 세 명의 클라이머는 벽에 매달려 있다. 베이스에서의 각오는 분명 호기로웠다. 그런 벽 상에서 어떤 결과를 낼 지, 앞으로 4~5일이면 결판 난다.

골든피크(파키스탄)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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