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이상한 새 수도 공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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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권삼 사회부 기자

"어, 이상하네. 왜 이리 많지."

지난 21일 오후 대구시 북구 엑스코 3층 회의장을 찾은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공청회 자료집을 받기 위해 참석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잠시 후 공청회장에서 사람들이 무더기로 빠져나오며 한마디씩 했다. "허허, 자리가 없단다."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회가 마련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신행정수도 건설 대구.경북지역 공청회'는 폭염 속에서도 성황을 이뤘다. 이정우 대통령 자문정책기획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렇게 큰 홀을 가득 채워 주신데 대해 감사 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참석자는 250여명. 행사 관계자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다른 지역에서는 '공(空)청회'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오후 2시에 시작된 공청회는 6시를 훌쩍 넘겼다. 토론자들의 발언이 길어져 사회자가 제지해야 할 정도로 진지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전 공청회와 달리 조는 이는 거의 없었다. 열심히 메모하는 사람도 많았다.

방청객의 질문이 시작됐다. 몇몇 참석자는 기다렸다는 듯 마이크를 잡았다. "순수한 공청회가 아니어서 실망스럽다. 수도 이전을 기정사실화하고(공청회를) 하는 것 아니냐.""천도라는 표현을 물고 늘어지는 등 참여정부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거대한 정부의 군살부터 먼저 빼라."

하지만 대다수 참석자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무거운 침묵이 이들의 지적을 압도하는 듯했다. 방청객 대부분은 대구시 공무원과 열린우리당 당원이었다. "공청회가 아니라 설명회쟎아." 일부 방청객이 나지막이 수군거렸다.

홍권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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