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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보는 전화냐, LG 듣는 전화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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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LG전자 풀터치폰 의 사용자환경인 ‘S클래스 UI’가 국제 디자인 공모전인 독일 ‘iF 코뮈니케이션 디자인 어워드 2009’에서 제품 인터페이스 부문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연합뉴스]

보는 전화기냐, 듣는 전화기냐. 국내 전자업계 쌍벽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상반된 휴대전화기 시장 전략으로 맞붙고 있다. 삼성전자가 15일 공개한 글로벌 전략폰 ‘제트’는 7.9㎝(3.1인치) 크기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화면을 장착했다. 해상도가 800X480 픽셀로 기존 AMOLED(480X320픽셀)보다 세 배 이상 선명하다. 이 제품에 대한 해외 선주문이 200만 대를 넘어설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삼성이 30일 공개하는 제트의 국내형 모델인 ‘햅틱 아몰레드(AMOLED)’는 화면 크기를 8.9㎝(3.5인치)까지 키웠다. 이 회사가 이처럼 ‘보는 휴대전화’에 집중하는 건 통화보다 메시지·게임 등을 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일기획 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10∼30대 연령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 450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휴대전화 이용시간 중 통화에 들이는 시간 비중이 20%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메시지(17%)·게임(14%)·DMB(12%) 등 화면을 보며 작업하거나 즐기는 시간이 60%를 넘었다는 것이다. 응답자 넷 가운데 세 명은 휴대전화 화질이 중요하다고 응답했고, 중요하다는 응답자 두 명 중 한 명꼴로 7.6㎝(3인치) 이상의 큰 화면을 선호했다. 이에 따라 ‘촉각’이 중요했던 햅틱 시리즈에 이어 ‘시각’을 강조한 제품이 잇따라 나올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제트와 아몰레드에 이어 9월에는 9.4㎝(3.7인치) AMOLED 화면을 갖춘 스마트폰 ‘옴니아2’를 출시한다. 콘텐트 보급을 위해 이 회사는 올 초 유럽에서 휴대전화로 1600여 편의 영화·드라마 등을 내려받아 볼 수 있는 ‘무비스토어’(www.samsungmovies.com) 사이트를 열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직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에 큰 화면 터치스크린폰 610만 대를 팔아 이 분야 점유율 1위(24%)를 차지했다. 뒤를 LG전자(530만 대)·애플(380만 대)·노키아(290만 대)가 추격하고 있다.
삼성의 ‘보는 전화’에 대해 LG는 ‘듣는 전화’로 응수하고 있다. LG전자가 이달 국내 출시한 ‘아레나’는 KT와 LG텔레콤용에 대해 디지털저작권 보호장치(DRM)를 해제했다. SK텔레콤용은 여전히 DRM을 적용하고 있다. DRM은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MP3 파일에 삽입된 코드다. 무분별한 음악파일 복제를 막는 역할을 했지만 합법적 MP3 파일을 휴대전화에 넣고 듣기에는 걸림돌이 됐다. 가령 KT 사용자라면 음원 사이트인 ‘도시락’에 접속해 MP3 파일을 일일이 KT용 DRM을 적용한 파일로 바꿔 휴대전화로 전송해야 했다. DRM이 해제되면 일반 MP3 플레이어와 같이 MP3 파일을 직접 휴대전화에 넣어 감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삼성 옴니아, 소니 엑스페리아X1 등 스마트폰을 제외하고 DRM을 해제한 일반폰이 나온 건 3년 만에 처음이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가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자사의 음악 포털인 멜론과 도시락·뮤직온을 통해 DRM이 해제된 MP3 파일을 팔고 있으면서 이제야 이 파일을 활용할 수 있는 단말기를 내놓는 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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