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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반환 1주년]곤두박질 치는 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1년전 홍콩의 쇼핑 중심지 센트럴의 부티크숍 앞에는 10여명씩 줄을 서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조지 아르마니' '구치' '베르사체' '발렌티노' '프라다' '샤넬' '모스키노' 등 세계적 브랜드숍에서 블라우스 하나 구입하려 해도 3천~4천홍콩달러 (50만~70만원) 는 간단하게 넘어버린다.

그런데도 매장은 늘 북적댔다.

그러나 현재 이들 매장의 상당수가 이전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임대료는 그대로인데 매상은 반이상 줄어버렸기 때문이다.

홍콩 증권거래소 건물내 허난성 (湖南省) , 한국은행 홍콩사무소가 입주해있는 알렉산더빌딩내 베이징로 (北京樓) 등은 홍콩내 최고급 중국식당이다.

평소라면 예약이 필수다.

그런데 지난 19일 가장 손님이 몰린다는 금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두식당은 불과 두 테이블만 손님을 받았다.

아시아 금융폭풍 속에서 홍콩페그제 (달러 연동제) 를 지키려다 보니 고금리가 불가피했고, 결국 살인적인 고금리가 부동산과 주가, 그리고 소비를 초토화시킨 결과다.

경기침체가 심화됨에 따라 지난해 6월 2.2%에 불과했던 실업률은 지난달 4.2%를 넘어섰다. 15년만에 최악이다.

홍콩달러의 가치 방어를 위한 고금리 현상도 심각하다.

은행간 금리는 3개월물이 연 16.2%, 1개월물이 19%이고 초단기 금리는 2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같은 악재들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7월초 15, 000대에 달했던 항셍 (恒生) 지수는 지난 주말 현재 8, 600대로 추락했다.

고금리.경기침체 때문에 부동산값은 지난해 8월에 비해 40~50% 가량 폭락했다.

특히 홍콩 경제를 떠받쳤던 금융.부동산.관광 산업이 모두 가라앉게 되자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난은 다른 어느 때보다 어렵기만 하다.

홍콩 정부는 지난 4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9백62억달러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강조하는 한편 은행들의 유동성 자산과 외환거래 내역을 매일 두 차례씩 공개하는 등 시장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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