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마른 재계 … 대우건설 매각 산 넘어 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업계 1위(2008년 시공능력 평가)인 대우건설이 3년 만에 다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면서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우건설 매각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덩치가 커 인수 자금이 적지 않게 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경기가 나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판도 바뀌나=대우건설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함께 건설업계의 리더다.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시공능력 평가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6조5000억원이었고, 수주액은 10조7000억원이었다. 어떤 업체든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국내 건설 순위의 맨 윗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 인수 1순위로 LG그룹을 꼽는다. 5년 전 계열분리한 GS그룹과 중복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신사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이달 말로 협정기간이 종료되면서 LG그룹의 건설업 진출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LG그룹은 얼마 전 “대우건설에 관심 없다”고 했지만 산업은행이 LG그룹에 대우건설 인수 의향을 타진했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인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자금동원력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롯데그룹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이 밖에도 해양 및 육상 플랜트 분야 진출에 의욕적인 포스코나 한화그룹 역시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국내 수위권 건설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기업이 대우건설을 가져갈 경우 초대형 건설업체 탄생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매각 쉽지 않을 듯=대우건설 매각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대우건설을 사려면 적어도 5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해 터진 세계 금융위기 등으로 대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대우건설 인수에 얼마나 적극적일지 불확실한 것이다.

3년 전에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두산그룹·유진기업·프라임 등 중견 그룹들도 여의치 않다. 유진기업은 하이마트를 2조원에 사들인 후유증을 앓고 있고, 프라임도 기업 확장보다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매력도 예전만 못하다. 주택시장 침체로 지방에 미분양 아파트를 적지 않게 갖고 있다. 최근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좋지 않다. 정부가 공공공사 발주 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아파트 사업과 일반 건축 부문은 아직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다 금호그룹에 인수됐던 2006년과 지금은 M&A 시장이 많이 바뀌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당시에는 대기업은 물론 중견그룹까지 몸집 불리기에 나섰지만 지금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몸집 줄이기를 통한 생존이 더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현대건설과 쌍용건설의 인수합병도 대우건설 매각에 긍정적이지는 않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매수자 입장에서는 골라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늘었기 때문에 어느 업체든 매각이 만만찮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