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장쩌민회담 합의 의미·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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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중국이 양국간 건설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 구축을 위한 실천단계에 들어감으로써 21세기 진입을 위한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었다.

장쩌민 (江澤民) 주석과 빌 클린턴 대통령이 27일 합의한 내용 가운데 하이라이트가 바로 전략미사일 상호조준 해제이기 때문이다.

핵탄두 상호조준 해제의 의미는 간단치 않다. 서로 겨눈 '치명적 무기' 를 거두었다는 의미이며 이는 동시에 72년 국교 정상화 이후, 나아가 89년 천안문 (天安門) 사태 뒤에도 계속돼 왔던 '적국' 이라는 전략적 개념을 서로 포기했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적국 개념의 포기는 앞으로 양국관계가 화해와 평화라는 방향으로 더욱 가속화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핵무기 상호조준 해제를 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미사일은 쉽게 재조준이 가능해 아직 두 나라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들어갔다는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다는 점에서 현 단계에서는 클린턴 대통령의 말대로 상호 신뢰표시의 하나일 수도 있다.

이같은 미.중간 화해가 더 진행된다면 양국 교류 활성화를 넘어 미.중을 축으로 진행되던 세계 일부의 긴장도 해소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수 있음을 예고한다.

양국이 주요 국제문제에 관해 대화와 협력을 강화한다는 합의 등을 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인권문제.티베트문제 등에 대한 양국의 이견이 크게 노출된 점은 회담의 의의를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중국이 원하는 세계무역기구 (WTO) 가입문제나 미국의 대중국 제재조치 해제 등에서 진전이 없던 점, 중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만문제에서 미국의 태도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 등은 핵무기 상호조준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양국거리는 아직 멀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과거 어느 때보다 두나라가 함께 설 수 있는 공동의 기반을 확대는 했지만 아직 양국간의 거리가 크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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