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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4인 모두 민주당, 오바마에 호의적 견제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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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호 22면

“이 헌법에 의해 부여되는 모든 입법 권한은 미국 연방 의회에 속한다.” 미 헌법 제1장 1절은 미 의회의 파워를 상징한다.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한국 국회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고 적극적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말기, 크리스토퍼 힐 당시 국무부 차관보가 주도한 ‘뒷거래식’ 북핵 협상이 의회의 초당적 견제로 제동 걸린 것은 가까운 예다. 현재 미국 의회는 상·하원 모두 민주당이 장악했다.

상.하원 스타급 의원 포진한 외교,군사위

재개표가 진행 중인 미네소타주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 알 프랑켄이 이기면 공화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수퍼 60석’을 확보하게 된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의회의 유기적이며 선순환적 견제·감시로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제사회의 리더답게 미 상원의 외교·군사위에는 미 정치계의 수퍼스타급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다수당이 위원장을 맡는 관례에 따라 주요 상임위 위원장은 모두 민주당 차지다.상원외교위원회 위원장은 2004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존 케리 의원, 공화당 측 간사는 2003년부터 3년간 상원외교위원장을 한 리처드 루거(77·인디애나) 의원이다. 군사위 위원장은 칼 레빈. 유대인으로 이라크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레빈은 한·미 동맹에 상당한 이해를 보여왔지만 하원 세입위 무역소위에서 활동 중인 형 샌더 레빈(78·미시간) 의원과 함께 미시간주의 자동차 산업을 대변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는 비판적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장관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진 케리 위원장은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중동 이슈가 그의 최우선 의제이지만, 북핵 문제에도 관심을 보인다. 지난 11일 상원의 북핵 청문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케리는 증인으로 나온 스티븐 보즈워스 북핵 특별대표에게 “나의 친구이자, 선거구민인 보즈워스”라고 친근감을 표시하면서 오바마 행정부에 적극적인 대북 외교를 주문했다. 상원 내 ‘코리아 코커스(한국연구 모임)’ 멤버인 자니 아이잭슨(65·조지아·외교위)의 활동도 두드러진다. 이 코커스는 2007년에 출발, 회원이 5명이다.

상원 외교위 전문위원의 역할도 크다. 민주당 측 위원인 프랭크 자누지(45)는 조셉 바이든 부통령 보좌관 출신의 동아시아통이다. 오바마 선거캠프에서 한반도팀장을 맡았다. 북한을 6차례 방문했고, 한국 정부 인사들과의 교분도 넓다. 공화당 측 전문위원인 키이스 루스도 30년간 루거 의원을 보좌했다. 2002년 이후 식량지원 모니터링 작업차 5차례 북한을 찾았다. 2008년 2월엔 핵과학자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와 영변 핵시설을 방문, 경제지원과 안전보장을 대가로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넌-루거 프로그램’의 적용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도 했다.

하원에는 약간의 판도 변화가 있다. 최근 헨리 하이드, 톰 랜토스 의원이 타계하면서 미 의회 내 지한파 의원들의 공백이 생기는 듯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 입장이 상대적으로 잘 전달되는 하원을 중심으로 신진 지한파 세력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고 했다. 일단 어느 역대 하원의장 못지않게 장악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외 정책을 둘러싼 의회 내 기류 형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반도 정책과 관련한 핵심 인사는 하워드 버먼 하원 외무위원장, 아이크 스켈튼 하원 군사위원장, 에니 팔리오마바엥어(66·미국령 사모아 출신) 외무위 아태·환경소위원장이 꼽힌다.버먼은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가 지역구다. “민주당원 이전에 시온주의자다”라고 밝힐 만큼 유대인 정체성이 강하다. 당연히 친이스라엘 성향이다. 최근 북핵 이슈를 이란 문제처럼 최우선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팔리오마바엥어는 ‘미 의회에서 한국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이란 말이 나올 만큼 지한파다. 미 의회에 정통한 고위 소식통은 “그는 종군위안부 결의안이나, 한·미 비자면제 협정, 대외군사 판매 분류기준(FMS) 격상 문제에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20년간 하원 군사위 소속으로 활동해온 스켈튼 군사위원장은 2월 군사위 소속 의원들을 이끌고 방한했다. 아들이 육군 장교로 한국에서 18개월 근무한 인연이 있다.하원 외무위의 공화당 측 간사 일레나 로스레티넨(57·플로리다)도 북한의 인권·탈북자 이슈를 중심으로 한반도에 관심이 많다. 의회 내 몇 남지 않은 한국전 참전용사인 찰스 랭글(78·뉴욕) 하원 세입위원장과, 민주당의 다이앤 웟슨(76·캘리포니아), 마이클 카퓨아노(57·매사추세츠), 공화당의 애드 로이스(58·캘리포니아), 댄 버튼(71·인디애나)이 공동의장으로 있는 하원 코리아 코커스는 소속 의원 57명으로 하원 코커스 가운데 두 번째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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