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모으려면 근무환경부터 개선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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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호 30면

당신의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제대로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당신이 최고경영자(CEO)라면 다음 중 어떤 조처를 취할 것인가?

신현만의 인재경영 

1. 직원들의 연봉 수준을 높인다
2. 학자금과 의료비, 주택구입자금 등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개선한다
3.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위한 휴가와 휴직을 확대한다
4. 근무환경을 편리하고 쾌적하게 바꿔준다

정답은 없다.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CEO의 경영철학에 따라 선택은 다를 수 있다. 대개의 회사 직원들은 아마 1~3번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오는 금전적 보상이나 휴가의 확대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이 회사의 CEO라면 4번을 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1~3번에 비해 4번은 직원들의 만족도가 오래 지속될 뿐 아니라, 업무성과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인재의 채용과 유지를 생각할 때 근무환경 개선은 투자 효율성이 매우 높다.

얼마 전 만난 정보기술(IT) 솔루션 분야 중견기업의 CEO는 “사무실을 다시 강남으로 옮겨야겠다”고 말했다. “불황으로 강남의 주요 지역을 떠나는 기업들이 즐비하고 사무실 공실률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마당에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자 그는 “그게 경제적”이라고 대답했다. 이 회사는 경비절감을 위해 서울 구로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는데, 비용은 많이 줄었지만 유능한 직원들이 떠나 직원의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는 “직원을 뽑으려고 해도 근무지가 구로동이라고 말하면 모두 외면하고 만다”고 하소연했다. 사람이 전부인 IT솔루션 회사에서 유능한 직원을 채용하지 못하다 보니 결국 회사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구글이 세계 최고 수준의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구글 사무실을 방문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사무실인지, 아니면 호텔이나 고급 휴양시설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혀를 내두른다. 현대카드의 정태영 사장은 9000억원 적자인 회사를 취임 5년 만에 연매출 1조5000억원의 초우량 회사로 성장시켰는데, 그가 취임 이후 신경을 많이 쓰는 것 중 하나가 근무환경이다. 현대카드의 쾌적하고 편리한 사무실은 기업들은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까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근무환경 개선에 적극적인 회사들이 쏟는 비용은 막대하다. 일반 기업들이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어찌 보면 낭비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구글은 대학이나 MBA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입사하고 싶은 기업’ 조사에서 항상 10위 안에 들어간다. 현대카드 역시 헤드헌터로부터 입사 제의를 받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관심을 표시할 정도로 이미지가 좋아졌다. 두 회사 모두 사실상 인재가 회사의 핵심 자산이기 때문에 입사 선호도가 높은 것은 회사의 발전 가능성을 낙관하게 한다.

회사의 HR(Human Resources·인적자원) 브랜드가 강하면 적은 연봉을 주고도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고, 채용한 직원들의 이직이 줄어 전체적으로 채용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반면 채용 브랜드가 나쁠수록 채용비용이 늘어난다. 경기도 분당의 한 소프트웨어 회사는 연봉 수준이 대기업보다 훨씬 높다. 고객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품질을 만들어 내려면 고급인력이 필요한데 그런 이들은 분당으로 오길 꺼린다. 따라서 비용 부담이 커도 연봉을 높이고 복리후생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높은 연봉이 일반직원들을 뽑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회사가 필요한 핵심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그 때문에 이 회사도 사무실을 서울로 옮기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대개의 기업들이 투자 우선순위에서 사무실 공간은 연봉과 성과급 지출 다음이다. 기업들은 뛰어난 인재에게 많은 연봉을 줘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일해야 하는 공간에 대해서는 연봉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운동선수에게 그에 맞는 운동시설이 필요한 것처럼 직원들도 많은 연봉 못지않게 편리하고 쾌적한 사무실이 필요하다.

근무환경은 단순히 직원의 만족도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서 인재확보의 핵심 조건이다.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인재 채용과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결코 많지 않다. 지방에 본사를 두거나 사무실 인테리어를 적당히 하면 비용은 줄어들겠지만 직원의 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직원의 수준이 회사 자산의 전부인 IT나 서비스 회사 같은 경우에는 사무환경과 인력 수준은 정비례한다. 투자회사를 비롯한 금융기업이나 컨설팅회사들이 도심 한복판에 호텔 같은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이들이 비싼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을 감수하는 것은 과시 때문이 아니라 좋은 고객은 물론,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근무환경 개선은 직원들의 의식구조와 업무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치고 유능한 인재를 끌어당기는 자석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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