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새앨범 연주소 프로듀싱까지 '원맨 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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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서태지의 신화는 계속될 것인가.

그가 다음달 7일 발표하는 새 앨범의 내용이 공개되면서 이같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앨범은 알려진 대로 기존 미발표작 3곡을 포함, 총9곡을 담고 있다.

'마야' '라디오' '로드' 와 '레이크' 연작 6곡으로 이뤄진 이번 앨범은 모두 서태지 혼자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든 악기를 혼자 연주했을 뿐 아니라 프로듀싱까지 스스로 해결하는 '원맨 밴드' 로 제작됐다는 것이 삼성뮤직측의 이야기. 무엇보다 관심을 모으는 점은 음악스타일이다.

그가 이번에 들고 나온 것은 올터너티브록. 이전작에 비해 기타음이 상당히 강조됐고 힙합적 요소도 강하다.

전반적으로 샘플링 등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많이 이용했다.

미발표곡의 경우 4집의 '필승' 이나 '시대유감' 을 연상시키는 단순한 멜로디의 록 넘버지만 새로 미국서 제작한 음악은 난해하다는 평이다.

멜로디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으며 가사도 불분명하다.

메시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권력의 횡포를 고발하는 것이 주를 이루고, 팬들에게 바치는 노래도 들어있다.

목소리조차 악기 개념으로 사용하려 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인 것을 보면 실험정신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는 느낌이다.

타이틀곡 '테이크2' 의 경우, 록비트에 맞춘 랩이 주를 이루며 애시드 재즈나 뉴에이지적인 음악 분위기까지 가미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요계는 '서태지 효과' 를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그동안 가요계의 흐름을 좌지우지했던 그였기에 이후 어떻게 가요계의 지형도를 바꾸는 파괴력을 발휘할지 모르기 때문. 일단 다시금 '서태지 태풍' 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하는 쪽이 다수다.

워낙 '선구자' 의 이미지가 강한데다 그의 음악적 재능에 기대를 거는 대중이 많기에 그렇다.

특히 여기에는 댄스음악의 침체 속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해 고심해온 가요계 전반의 이해와 맞아떨어진다는 시의성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듯 오늘부터 시작되는 예약판매에 앞서 실시된 PC통신내 사전주문량만 2만장에 이르고 있다.

삼성뮤직측은 예약판매만 30만~40만장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세계적인 음악조류가 이미 록에서 테크노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이번의 음악스타일이 먹힐 여지는 많지 않으며 일체의 방송활동 없이는 이전의 인기를 만회할 수 없으리라는 이야기다.

서태지 공백 이후 H.O.T같은 새로운 스타들이 10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또 '음악계를 영원히 떠나겠다' 는 자신의 약속을 뒤집었다는 점도 서태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

PC통신등에서도 '서태지는 상업성에 몸을 맡겼다' 는 비난이 꽤나 거세다.

무엇보다 서태지가 넘어야 할 장벽은 '단군 이래 최악' 이라는 가요계의 불황이다.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30%이상 감소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제 아무리 서태지라도 쉽게 1백만장을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요계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서태지의 새 앨범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서태지의 새 앨범이 '90년대 한국 대중문화의 아이콘' 으로서의 이미지를 다시 심을 수 있을지 궁금해 진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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