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석방두고 네티즌 비판수위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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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후 집행유예로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 송두율 교수가 아내 정정희 여사와 함께 양심수 석방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의왕=연합뉴스)

서울고법이 21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59)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자 사이버상에서도 찬반 논란이 후끈 달아올랐다. 시민단체와 정치권도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 중앙일보에 글을 올린 많은 네티즌들은 최근 MBC의 송씨 관련 다큐멘터리 방영, 의문사위의 간첩에 대한 관대한 판정 등을 거론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철수 씨는 "이렇게 우리를 흔들 양이면 그를 차라리 북한으로 보내라. 헷갈려 하는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도 그를 차라리 북으로 보내라"고 했다. 유정번 씨는 "너무 황당한 판결이다. MBC의 주장대로 판결이 난 데 경악한다. 정권과 주구방송, 판사가 서로 짜고 하는 쇼를 보는 기분이다"라고 썼다.

박병준 씨는 "어차피 간첩이 대한민국 국군 장교를 심문하는 세상인데"라고, 송지희 씨는 "이제 민주화 인사로 인정받는 일만 남았나요?"라고 비꼬았다.

박종승 씨는 "송두율은 풀어주고 예비군 훈련 빠졌다고 징역형인가"라며 21일 별다른 이유없이 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혐의로 전모(29)씨에 대해 징역 4월을 선고한 이정렬 판사의 판결을 싸잡아 비판했다.

안연식 씨는 "(우리 사회의) 내부 갈등을 해소하려면 잡아가두는 처벌보다는 포용이 더 중요하다" 는 김용균 판사의 말에 대해 "이로 인해 더 큰 갈등과 반목이 생긴다면 그건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비교적 차분한 반응도 있었다.

'고구마'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일단 판결은 존중돼야 되며, 존중한다. 간첩으로 기소되고도 석방된 것은 우리나라가 좋아졌다는 반증이긴 한데, 너무 헷갈린다. 내가 여태껏 받은 교육은 뭔가, 차라리 놀걸"이라고 썼다.

이같은 반응과 달리 이용재 씨는 "모든 것은 형평성의 문제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이 바로 이것 아닌가? 한때는 라디오 단파방송만 들어도 붙잡혀 가는줄 알며 산 적도 있었는데,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더이상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통일로가는 초석이 되어주길 간곡히 바랄뿐이다"라고 썼다. 한승호 씨는 "문제많은 국가보안법 폐지의 단초가 되길"이라는 바램을 나타냈다.

시민단체와 정당은 성향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윤창현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은 "사법부의 판결은 1차적으로 존중돼야 하지만 체제 자체를 유지, 발전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런 판결이 나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신혜식 반핵반김 국권수호 국민협의회 대변인은 "상당 부분 증거가 밝혀졌는데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일부 방송과 시민단체, 정부의 편향된 대북정책 기조가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송교수를 국내에 초청했던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냉전체제와 국가보안법이라는 조건 속에서 우리 사회가 선진 민주인권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내적 역량이 축적됐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고 환영했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내고 "불충분한 근거로 여론몰이를 해온 검찰, 국정원, 일부 보수언론의 행태를 항소심 재판부가 뒤늦게나마 시정했고 학술활동을 국가보안법으로 재단하지 않은 점 등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논평했다.

열린 우리당은 환영분위기 속에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짤막한 구두 논평만을 내놨다.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일단 송교수가 석방돼 고향땅을 밟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반겼다.

그러나 한나라당 한선교 대변인은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로 국민적 혼란과 갈등이 심히 염려된다"고 질타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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