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 초대전 저가미술품 기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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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최근 임대계약 만료를 앞두고 화랑 이전을 생각했던 서울 인사동 한 화랑주인은 부동산업자를 만나고 깜짝 놀랐다.

"더이상 버틸 능력이 없어 그만두겠다는 화랑들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는 것. 그에 따르면 인사동만 하더라도 계약만료.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문을 닫을 채비를 하고 있는 곳이 무려 7군데. 인사동 뿐아니라 전업을 고민하는 화랑은 서울에만도 여럿이다.

그러나 화랑가에는 이런 우울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술시장의 한파 속에 비용절감 뿐아니라 참신한 기획.새로운 운영방안을 모색해 활로를 열어가는 화랑도 적지않다.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 광장에서 열린 서울오픈아트페어를 기획했던 하제기획 이영석씨는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다.

"이슈가 좋고 가격대만 적당하다면 아직 가능성은 있다" 는 것이 그의 말. 서울오픈아트페어는 작가들이 부스를 사서 직접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는 형식으로 올해 처음 열렸다.

30여명의 참여작가가 올린 총매출액은 1억8천여만원. 불황기에 결코 적지않은 금액이다.

또 지난달 젊은 조각가 강용면씨를 초대했던 서울 청담동 샘터화랑의 경우도 작품 80점을 판매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미술시장에서는 이런 사례를 하향 구조조정의 성공으로 해석하고 있다.

IMF위기 이후 절박감 속에서 인원감축.화랑운영 축소등 외형을 줄인 화랑들이 장기적 안목에서 젊은 작가 초대와 저가미술품 기획으로 내용상의 구조조정을 착수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을 뜻한다.

엄중구 사장은 "고가 (高價) 미술품에 비해 젊은 작가 작품을 다루는데는 시간과 노력이 배가 든다" 며 그러나 " 저가미술품을 적극 다루고 카페운영에서 화랑경비를 보충하는 등 눈을 낮추면 IMF시대에도 살아남을 길은 있다고 본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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