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교육 대책 속도 내라는 대통령의 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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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이명박 대통령이 사교육 줄이기에 직접 팔을 걷어붙일 모양이다. 이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로드맵을 갖춘 사교육비 경감안을 마련하도록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초청 간담회에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공교육 활성화를 강조했다.

‘사교육비 절반’은 이 대통령의 중요 대선 공약 중 하나다. 그러나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총 사교육비는 20조9000억원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4.3% 늘었다. 이 대통령은 공약 이행이 지지부진한 걸 질타한 것이다. “우리 딸도 사교육 잡는다는 정책을 안 믿는다”고 매섭게 추궁하기도 했다.

과도한 사교육은 가정 경제를 멍들게 하고, 공교육을 더욱 비뚤어지게 한다는 점에서 하루 빨리 해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다. 대통령이 고강도 주문을 함으로써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대통령의 채찍질로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할 교육정책이 건설공기 맞추듯 서둘러 수립되고 진행됨으로써 졸속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가 없지 않다. 당장 재추진 얘기가 나오는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 방안만 해도 그렇다. 사교육 수요 자체를 줄이지 않고 학원을 직접 규제하는 이런 방식은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 실패로 끝난 전두환 정권 때의 전면 과외 금지 조치가 반면교사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가르치기 경쟁을 통해 공교육을 내실화하는 게 정도(正道)다. 학교가 사교육을 능가해 잘 가르치면 사교육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준별 이동수업·교과교실제 같은 학생 맞춤식 교육을 확대하는 게 방법이다. 핵심은 교사다. 교사가 열의가 있어야 교실수업의 질이 높아진다. 교원평가제 시행으로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부적격 교사는 걸러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병을 조급하게 다스리려고 하다간 덧날 수가 있다. 사교육 문제도 마찬가지다. 교육 현장에 혼란을 주지 않는 근본 처방을 마련해 인내심을 갖고 꾸준하게 실천하는 데에 해법이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