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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단신] 전쟁때 쓰였던 고구려 북 … 연천서 파편형태 첫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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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적의 침입을 알리거나 진격 신호를 보낼 때 쓰던 고구려 북이 최초로 확인됐다. 한국토지공사 토지박물관이 경기도 연천군 고대 성곽 유적 호로고루(사적 제467호)에서 상고(相鼓)란 명문이 새겨진 고구려 북의 파편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출토된 것은 상고 몸체 토기 파편 13점이다. 북을 원래 모양으로 복원하면 지름은 55㎝에 달한다. 아가리 부분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어 가죽을 씌우고 끈을 묶어 고정할 수 있게 했다. 즉, 토기로 몸체를 빚고 양 옆에 가죽을 씌운 형태다.

조선시대 음악 전문 문헌 『악학궤범』에 “상(相)은 그 형상이 작은 북과 같은데 겉은 가죽이고 속에는 겨를 넣고, 칠한 판으로 받쳐 악(樂)을 보좌했다”는 기록이 있다. 『악학궤범』에 적힌 원통 지름은 49㎝로 발굴된 상고와 비슷한 크기다.『고려사』에는 상고를 고려시대 때 송나라에서 들어온 악기라 적었으나 이번 발굴로 그 원류가 고구려로 수정될 가능성이 열렸다.

전통음악 전문가인 김세종 다산연구소 연구실장은 “병법에는 북을 치면 진격하고 종을 치면 후퇴하는 게 일반적이다. 상고가 고구려 국경에서 발견된 점을 감안하면 적이 쳐들어오는 것을 알리는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송혜진 교수는 “안악3호분 등 고구려 벽화 고분에는 토고(土鼓)보다 발달된 형태의 악기가 많이 등장한다”며 “발굴된 상고는 실제로 사용했다기 보다는 각종 의식에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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