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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향 창단10주년 기념공연 '파우스트'올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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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복사골 부천 (富川) 의 자랑거리로 꼽히는 부천시립교향악단이 창단 10주년을 맞아 오는 18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기념 공연을 갖는다.

공연의 주제는 '파우스트 : 끝없는 노력과 구원' .수준높은 미개척 작품을 들려주는 것이야말로 클래식 대중화의 지름길이라고 굳게 믿는 부천시향의 철학을 '파우스트' 만큼 잘 반영하고 있는 것도 없다.

이날 연주될 바그너의 '파우스트 서곡' 과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 은 모두 국내 초연곡. '파우스트 교향곡' 에서는 테너 김영환 (서울대 강사) 씨와 부천시립합창단이 협연한다.

또 연주 도중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음악 속의 파우스트' 라는 제목으로 음악학자 김미선 (성신여대 강사) 씨의 강연을 곁들인다.

032 - 655 - 0012. '파우스트 서곡' 은 바그너가 구상했다가 완성하지 못한 교향곡의 1악장. 튜바와 트럼펫의 활약이 돋보이는 매우 극적인 음악이다.

또 리스트의 표제교향곡 '파우스트' 는 파우스트.그레첸.메피스토 등 세 명의 극중 인물이 각 악장의 제목으로 등장한다.

1악장이 끝나고 중간 휴식시간을 갖는 것도 이색적이고 3악장 '메피스토펠레스' 에서는 오르간과 함께 시작되는 남성합창과 테너 독창 '신비의 합창' 이 장엄함을 더해준다.

88년 4월6일 창단공연을 가진 부천시향이 국내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한 것은 창단 이듬해 임헌정 (林憲政.45.서울대) 교수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영입하면서. 그는 시당국의 행정.예산 지원의 보장과 함께 불필요한 간섭의 배제를 조건으로 취임, 최고 수준의 단원을 선발함으로써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최고의 실력을 지닌 단원들을 선발하고, 철저한 연습으로 오케스트라의 기량을 다져왔다.

그래서 음악계에서는 林씨를 지난 80년 26세의 젊은 나이로 버밍엄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부임해 이 교향악단을 세계 굴지의 오케스트라로 성장시킨 한 살 아래의 사이먼 래틀 (44) 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다.

버밍엄은 런던에서 1시간 걸리는 위성 공업도시라는 점에서 수도권에 위치한 부천과 비슷하다.

부천시향의 존재가 음악계에 뚜렷이 각인된 계기는 90년 제2회 교향악 축제에서 들려준 '바흐와 쇤베르크' .그 후 '바르톡의 밤' '제2 빈악파' '베베른 50주기 음악회' 등 일련의 현대음악 기획연주로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林씨는 서울대 음대 작곡과 재학시절 스트라빈스키의 '병사의 이야기' 를 국내 초연했던 화제의 인물. 문화부가 제정한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을 수상하기도 했다.

부천시향은 최근 오페라.발레.영화음악으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앞으로도 '음악과 철학' '동서양의 만남' '혁명과 전쟁' '시편과 음악' '20세기의 명곡들' 등 테마가 있는 기획연주를 계속 늘여 나갈 계획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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