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부대’ 점프 슛 공습에 핸드볼 코트 지각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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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21일 충북 청주국민생활관. 2009 핸드볼 다이소 수퍼리그 남자부 1위 두산과 꼴찌 웰컴크레디트코로사가 만났다. 핸드볼 관계자들은 “두산이 낙승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결과는 코로사의 27-25 승리. 코로사는 새로 영입한 외국인 피벗 팔라마 세르게이(우크라이나)와 도미타 교스케(일본)의 활약에 힘입어 파란을 일으켰다.

20일 여자부 선두 벽산건설은 승보다 패가 많은 5위 대구시청과 만났다. 명장 임영철 감독이 이끄는 벽산건설은 김온아·문필희·오영란 등 스타들이 즐비해 여자부 감독들은 “이길 길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구시청이 26-24로 이겼다. 오스트리아 히포방크에서 활약하다 이달 초 복귀한 김차연과 4월 영입한 일본 국가대표 출신 사쿠가와 히토미가 공수에서 알차게 활약해준 덕이었다.

해외에서 건너온 새 얼굴들이 수퍼리그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해외파들은 골도 많이 넣었지만 팀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무형의 효과도 냈다. 핸드볼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은 “올해 수퍼리그는 두산과 벽산건설의 독주 체제였다. 새 얼굴들이 가세하면서 판도에 변화가 생겨 핸드볼 흥행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반가워했다.

◆용병 활약 알찬 남자부=올해 시작된 수퍼리그는 실업핸드볼연맹이 핸드볼 프로화를 목표로 창설한 장기 리그(4~9월)다. 프로를 지향하기에 팀당 2명씩 용병을 허용했다. 용병 영입이 활발한 쪽은 남자부다.

4월 두산이 일본에서 도요타 겐지를 데려온 데 이어 6월에는 코로사가 용병 2명을 영입했다. 코로사 정명헌 사장은 “용병 영입 이후 기존 선수들의 자신감도 덩달아 상승했다. 두산을 잡았으니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코로사는 올해 2월 재정난으로 해체 위기에 몰렸으나 대출 업체인 웰컴크레디트가 참여해 팀 명칭을 웰컴크레디트코로사로 바꿨다. 재정이 안정되면서 용병을 데려올 수 있었다.

◆해외파 활약 빛나는 여자부=세계 최고 수준인 여자부는 용병을 영입하는 대신 해외파를 불러들이는 경우가 많다. 김차연과 명복희·문경하(이상 히포방크), 우선희(루마니아 룰멘툴) 등이 올해 국내로 U턴했다. 이들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은 “대구시청은 김차연 때문에 이겼다고 볼 수 있다. 낯익은 얼굴들의 복귀는 핸드볼에 새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병 영입 도미노 일어날까=‘해외파 효과’가 증명되면서 다른 팀도 용병 영입을 추진 중이다. 남자부의 두산과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중국의 장신 피벗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자부는 오성옥(히포방크) 등 해외파 영입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코로사 정 사장은 “중국·일본 선수들은 한 달 250만~300만원의 월급에 숙식을 제공하면 데려올 수 있다. 같은 문화권이라 적응이 빨라 각 팀에서 선호한다”고 말했다. 두산 이상섭 감독은 “국내 선수층이 엷어 수준급 용병이 들어오면 팀이 확 달라질 수 있다. 큰 키와 파워를 갖춘 선수들이 들어오면 국내 단신 선수들의 설 자리가 크게 좁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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