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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상한 배 북한 떴다 … 싱가포르 쪽 이동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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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선박 강남호를 미국 해군이 추적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7일 북한을 출항한 뒤 중국 연안을 따라 싱가포르로 이동 중인 강남호는 무기나 미사일 부품, 핵 관련 물자를 싣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사진은 2006년 10월 홍콩 앞바다에 정박 중이던 강남호의 모습. [홍콩 AP=연합뉴스]

미국이 전방위적인 대북한 압박 정책의 집행에 나섰다. 국방부와 재무부·국무부가 각각 나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1874호의 이행 방안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미 해군, 북 선박 추적 중”=미 해군이 군사 무기나 미사일 부품, 핵 관련 물자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국적선 ‘강남호’를 추적 중이라고 폭스뉴스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 등 다른 언론들도 익명의 군 당국자 말을 인용해 이를 확인했다. 북한 선박 추적은 유엔 안보리가 12일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물자를 선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해상 검색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북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처음이다.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강남호가 17일 북한에서 출항한 시점부터 미군 당국이 추적했다. 강남호는 현재 중국 연안을 따라 싱가포르로 이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고위 당국자는 “이 선박은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강남호는 2006년 10월 북한의 첫 핵실험 직후에도 홍콩 영해에 일시 억류된 적이 있다. 다른 미 정부 관계자는 “중국을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 강남호가 중국 연안을 벗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 결의안은 선박에 대한 강제 검색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군은 강남호가 연료 급유를 위해 특정 항구에 들어갈 때까지만 추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강남호가 항구에 기항하면 미군은 해당국 정부에 연료 공급을 하지 말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확실하게 이행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관련 거래 조사 강화”=미 재무부는 이날 “미국의 모든 금융기관은 북한 은행·기업과 관련된 계좌가 개입될 수 있는 거래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주의 권고문을 발표했다. 재무부는 “북한이 유엔 결의에 따른 금융 제재를 피하기 위해 각종 속임수를 동원한 현금 거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모든 금융기관은 새로운 계좌나 기존 계좌로 많은 현금을 예금하는 북한 고객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재무부의 이번 조치는 다른 국가의 금융기관들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미국이 독자적인 대북 금융 봉쇄 조치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무부는 또 “북한의 정밀 위조지폐(수퍼노트) 제작과 배포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위조지폐 감식에 대한 경계도 촉구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앞으로 우리는 북한에 대한 추가 금융 제재 방법을 찾아내고, 북한의 해외 무기와 기술 수출을 억제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과거에 금융 제재 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적이 있다”며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서울=정용수 기자

◆강남호=북한 내각의 육해운성 해운관리국 서해 해운회사에 소속된 화물선. 1호부터 5호까지 있으며 대부분 2000t급 선박이다. 북한의 최대 무역항인 남포항을 기점으로 동남아·중국을 오가며 폐광물 등을 수송하고 있다. 강남1호는 2006년 10월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 통과 직후 의심 선박으로 주목받아 홍콩 인근 해상에 억류된 후 조사받은 바 있다. 홍콩 당국은 이 배가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홍콩 영해상의 웨스턴 1번 정박지에서 억류하고 조사했다. 그러나 무기나 마약 등 의심 품목이 발견되지 않아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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