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제 이렇게 풀자]8.끝'미래산업' 키워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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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는 국제통화기금 (IMF) 문제에만 너무 빠져 있다. 눈앞의 위기극복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산업구조 전환에 힘을 모아가야 할 때다. 21세기에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는 지식산업의 발전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李鏞和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IMF 터널에 들어온 지 이미 6개월이 지났지만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고 대량실업.소득감소에 따른 고통과 앞날에 대한 불안만 여전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는 다가오는 21세기에 세계시장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용을 창출하느냐는 것이다. IMF 이후가 더 문제라는 얘기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눈앞의 생존에 급급한 나머지 앞날을 챙길 겨를이 없다. 당장 부도 막기에도 바쁜 형편이다 보니 설비투자는 올들어 40%나 줄었고 장기적인 기술투자는 엄두도 못낸다.

멕시코도 IMF 위기는 잘 극복해냈다. 금융개혁과 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해냄으로써 외환위기를 물리쳤고 경제상황이 호전됐다. 하지만 멕시코를 성공한 국가로 평가하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오히려 산업구조 고도화에 실패함으로써 미국의 '하청공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스웨덴과 핀란드는 91년 외환위기를 맞았지만 생산성을 높이고 핵심역량을 키우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국민소득을 2만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펄프기계나 만들던 핀란드 노키아가 세계 굴지의 정보통신기업으로 변신한 것이 단적인 예다.

우리도 세계와 경쟁할 핵심사업을 키우지 못하면 선진국 진입은커녕 만성적인 실업난으로 경제.사회적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지식' 과 '기술' 로 생산성을 높이고 세계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 선도적 미래산업을 육성해 고용을 창출해야만 한다.

우리가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가입할 당시 OECD 보고서는 "한국산업엔 허리가 없다" 고 진단한 바 있다. 전문분야에 기술력을 갖춘 중견기업이 적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산업자원부 백만기 (白萬基) 산업기술국장은 "첨단기술로 무장한 중견.중소기업이 많아야 세계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고 말한다.

그렇다고 첨단.미래산업 육성만이 전부는 아니다. 각 연구기관들은 '선진국 따라 시장에 가는' 식의 신산업 추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자동차.반도체.조선 등 나름대로 경쟁력을 유지해온 기존 주력산업에서 대표주자를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2차산업을 고부가가치의 3차산업에 접목한, 이를테면 '2.5차' 산업을 많이 발굴해 성장의 견인차로 삼자는 얘기다.

결국 문제는 미래를 위한 투자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산업자원부 이희범 (李熙範) 산업정책국장은 "우리나라는 IMF 이전 연간 53조원씩을 제조업에 투자해왔는데 투자 과잉이라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 며 "앞으로 2003년까지 6년간 3백조원을 투자한다고 보면 이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21세기 우리 경제의 비전이 달라진다" 고 강조했다.

기업.정부.학계가 함께 머리를 싸매고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한편 미래의 선도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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