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플러스] "자기 나라 주식은 안 사면서 네탓 타령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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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안방을 차지한 데 대해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본시장을 급격하게 열어젖힌 빌미가 된 1997년 외환위기를 두고 여전히 '미 월가 음모론'이 심심찮게 반복된다.

한국의 금융위기를 틈타 외국인들이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삼성전자.포스코 같은 초우량 주식과 서울 한복판의 금싸라기 빌딩들을 싹쓸이했다는 것이다.

홍콩에서 활동해 온 경제평론가 필립 보링은 20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아시아판에 기고한 '대한민국의 소유주는 누구인가(Who owns South Korea?)'란 칼럼에서 한국의 우량 주식들이 외국인 손에 대거 넘어간 것은 한국의 기업.기관투자가.개인들의 잘못된 투자행태와 정부정책의 실패 탓이라고 공박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자기 나라 기업(주식)을 사는 대신 (안전한) 국채나 부동산 아니면 미국의 부채자산 등에 투자했다"고 지적했다.

보링은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이 거둬간 2.5%(평균)의 배당도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의 단기부채 등을 보유해 얻는 수익률 정도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환율정책도 외국인들의 한국자산 선호와 한국인들의 외국자산 선호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원화절상을 막기 위해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을 실탄 삼아 환율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를 위해 쓴 돈(2300억달러)이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 44%를 사들이는 데 쓴 돈보다 많다는 것이다.

보링은 "한국 정부는 한국 내 민족주의자들과 교역국들을 모두 반대세력으로 만들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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