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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00일 된 정권, 정치적 생명줄 끊고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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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은 18일 PD수첩의 광우병 방송 대본을 작성했던 김은희(37·여) 작가가 지인에게 보낸 e-메일의 일부를 공개했다. 수사 결과 발표문에는 “왜곡 방송 의도를 추측할 수 있는 자료”라는 설명이 붙었다. e-메일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를 조사할 때 개인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PD수첩 프로그램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는지를 물었으나 묵비권을 행사해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MBC 공채 작가로 교양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해 왔다. 발표 자료에 담긴 김씨의 e-메일은 세 통으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부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2008년 4월 18일=“이번 PD수첩 아이템을 찾는 과정에서 총선 결과에 대한 적개심을 풀 방법을 찾아 미친 듯이 홍○○(※한나라당 국회의원)에 대한 뒷조사를 했었는데 말이죠. 혹시 제보 들어온 거 없나 뒤지기도 하고….”

▶2008년 6월 7일=“1년에 한두 번쯤 ‘필’이 꽂혀서 방송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난해 삼성이 그랬고, 올핸 광우병이 그랬어요.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도 어찌나 광적으로 일을 했었는지 … 아마도 총선 직후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라서 더 그랬나 봐요.” “여전히 ‘이명박의 운명’에 관심이 많은 나는 날마다 촛불시위 중계며 아고라 눈팅이며 시간을 무지하게 보내고 있지요.”

▶2008년 6월 13일=“그녀(※김보슬 PD)가 물었어요. ‘김 여사(※김은희 작가 자신), 현장(※촛불시위 현장)에 나와 보니 소감이 어때?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눈에 보여? 이제 만족해?” “그래서 대답했지요. ‘아니 만족 못해. 홍○○은 못 죽였잖아.” “출범 100일 된 정권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 놓고,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조중동의 견고한 아성에 균열을 만든, 과거 그 어느 언론도 운동 세력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낸 그 ‘대중의 힘’의 끝이 나는 못내 불안해요.”

PD수첩 제작진을 대표해 이날 기자회견을 한 조능희 PD는 “김 작가의 e-메일은 7년 동안 개인 일기 형식으로 쓴 것이다. 검찰이 그중 몇 문장만 골라 문제 삼았다. 개인의 사생활이 프로그램 제작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인터넷판은 김은희씨가 인터뷰에서 “PD수첩을 반정부 프로그램으로 낙인찍고 마녀사냥하려 하고, 나의 정권과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갖고 검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씨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거부했다.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브리핑에서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공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에는 악의적 의도가 있거나 현저히 공정성을 잃은 경우에 성립된다. e-메일은 의도를 추정할 수 있는 중요 자료이고, 공소 사실에 포함된 부분이라 공개했다”고 말했다.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검찰이 e-메일을 수사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프라이버시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 검찰이 지나쳤다”고 의견을 밝혔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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