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 영화 곧 개봉 … “특수 온다” 들뜬 해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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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00만여명의 피서인파가 몰린 한여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일본 쓰시마섬이 내려 앉으면서 생긴 초대형 쓰나미가 시속 800km의 속도로 백사장으로 밀려온다. 순간 평화로운 백사장은 아비규환이 된다. 부산의 상징인 광안대교를 지나던 차량들은 바다 아래로 떨어지고 거대한 교각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영화 ‘해운대’ 촬영 당시 모습. 초대형 쓰나미가 밀려오자 공포에 질린 피서객들이 달아나는 장면이다. [영화인 제공]


국내 최초의 재난영화 ‘해운대’(감독 윤제균, 제작 JK FILM)의 주요 장면들이다.

다음달 개봉 예정인 이 영화를 놓고 해운대가 들떠있다. 해수욕장 주변 상인들은 피서객이 몰려와 올 여름 경기가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영화는 해수욕장 개장에 맞춰 개봉된다. 이미 칸 필름마켓통해 영국·독일·홍콩 등 10여개국에 판매하기로 결정됐다. 해운대 시장에서 식당을 하는 이모(45)씨는 “아무래도 영화를 본 사람들이 해운대를 많이 찾아오지 않겠느냐.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와 부산영상위원회도 전폭적으로 지원 했다. 허남식 시장은 영화 촬영장을 찾아가 제작진을 직접 격려했다. 광안대교를 세 차례 나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통제해 촬영장소로 쓰게 했다. 해운대시장 입구를 막고 대형 수조세트 장면을 촬영할 때 1400t의 수돗물을 지원했다. 소방본부의 헬기도 동원됐다.

영화 ‘해운대’제작비는 140억원. 부산영상위원회는 전체 제작비의 30%인 약 40여억원이 부산에 뿌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운대 홍보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부산영상위원회 양성영 로케이션팀장은 “해외 판매되는 영화 제목도 ‘해운대’이기 때문에 해운대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다. 해운대가 부산의 랜드마크이자 국내 최고의 관광지로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개봉에 이맛살을 지푸리는 이들도 있다. 요즈음 해운대 구청에는 영화‘해운대’와 관련한 민원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민원인들은 대부분 “해운대 지역이 온통 물에 잠긴다는 끔찍한 내용을 담은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민원인들은 구청이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거나 제목을 바꾸도록 영화제작사에 공식 요청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가 알려지면서 해안가 초고층 아파트 주민들은 지역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부동산 가격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영화는 어디까지나 허구에 지나지 않으므로 주민들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영화 ‘해운대’=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등 유명 배우들이 등장한다. 원양어선 선원인 해운대 토박이 만식(설경구 분)은 연희(하지원 분)를 좋아하면서도 고백하지 못하다 멋진 프러포즈를 준비한다. 이때 초대형 쓰나미가 해운대를 덮친다.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물’을 그려내기 위해 할리우드 CG프로듀서 한스 울릭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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