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면 역사 이해 못해요 초등학교 4학년은 돼야죠”

중앙일보

입력 2009.06.19 01:21

업데이트 2009.06.1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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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한국사 편지』저자 박은봉씨는 역사학자로서 요즘 TV 사극에 대해서 한마디 했다. “사극은 작가가 문학적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픽션”이라면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사극을 보며 정확한 사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준다면 역사 공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성 기자]
밀리언셀러 어린이 역사책 『한국사 편지』(전5권)가 6년 만에 새 옷을 입었다. 2003년 초판 완간 이후의 학계 연구 성과를 보충하고 그림·사진을 전면 교체한 것이다.

출판사도 바뀌었다. 초판을 냈던 웅진주니어를 떠나 ‘책과함께’ 출판사에서 개정판이 나왔다. 책과함께는 2003년 저자 박은봉(49)씨가 지인과 동업으로 차린 회사다. 『한국사 편지』를 제2의 출발선상에 세운 저자 박씨를 만났다. 박씨는 고려대 사학과 출신으로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세계사 100장면』 등을 펴낸 역사저술가다.

-개정판에서는 뭐가 달라졌나.

“1권 첫 줄부터 다르다. ‘사람이 지구에 처음 나타난 때는 약 300만년 전이란다’란 초판 문장이 ‘…약 400만년 전…’으로 바뀌었다. 아프리카에서 더 오래된 유골이 새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올 1월 발굴된 미륵사지 사리호 사진도 넣었다.”

-『한국사 편지』가 그동안 200만권 넘게 팔렸다니, 인기가 대단하다.

“『한국사 편지』는 올해 대학에 들어간 딸 세운이에게 직접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쓴 책이다. 서점을 돌아다녀봤지만 역사를 쉽고 깊이 있게 다룬 어린이 역사책을 찾을 수가 없어서였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딸과 딸 친구들에게 일일이 읽혀보고 반응을 보아가며 만들어서인지 어린이 눈높이에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판사를 직접 차린 이유는.

“책을 처음 썼을 때와 이유는 같다. 전문 연구자와 일반 독자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보자는 의도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죽을 때까지 몇 권쯤 책을 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많아야 10권쯤? 하지만 출판사를 운영하며 직접 기획하고 필자를 발굴하면 100권은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출판사를 하게 됐고, 『한국사 편지』의 인세 수입을 상당부분 투자했다.”

-어떤 책을 내려고 하나.

“『여성사 편지』『과학사 편지』『미술사 편지』 등을 준비 중이다. 아이들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창구’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들 책은 각 분야를 전공한 전문 필자들이 쓰고 있다.”

-학습만화 붐이 일면서 역사를 만화로 접하는 아이들이 늘었다.

“양질의 역사만화는 아이들에게 역사에 대한 흥미를 불어넣어주는 좋은 매체다. ‘만화에 맛을 들이면 글로 된 책을 못 읽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도 있다. 이는 부모들이 너무 조급해서 그런 거다. 기다리면 언젠가는 글밥 많은 책도 읽게 된다. 대신 좋은 역사만화를 골라주는 데 신경쓰라.”

-그렇다면 ‘좋은’ 역사책은 뭔가.

“저자의 역사관이 분명해야 한다. 시중에 나와있는 역사책을 보면 고대사는 민족사관으로, 고려·조선시대는 왕조사관으로, 근대사는 민중사관으로 다루는 식으로 사관이 혼재돼 있는 게 상당수다. 이렇게 철학 없이 짜깁기 수준으로 만든 역사책은 금물이다. 물론 어떤 사관이 좋다, 나쁘다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에 일관성이 없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초등 6학년부터 배우는 역사가 2011년부터는 5학년부터로 일러진다. 그만큼 자녀 역사교육에 대한 부모들 관심도 커졌는데.

“아무리 역사가 중요해도 제발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역사공부를 강요하지 말라. 독자 중에는 간혹『한국사 편지』를 유치원생 자녀에게 읽어준다는 경우도 있다. 글자 공부는 될지 몰라도 절대 역사공부는 될 수 없다. ‘시간의 변화’란 개념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사를 이해하려면 최소한 초등 4학년 이상은 돼야 한다.” 

이지영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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