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소리로’ 세계인에 꿈·희망 전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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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통해 꿈과 희망을 전하는 아름다운 화음이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장애인 합창단 ‘영혼의 소리로’가 18일 귀국했다. 이들은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린 국제합창대회에서 특별연주상을 비롯한 세 개의 상을 받았다. [인천공항=김형수 기자]


중증장애인들로 구성된 국내의 한 합창단에 국제합창올림픽조직위원회(ICOC)가 보낸 찬사다. 경기 홀트일산복지타운의 중증장애인 29명으로 구성된 ‘영혼의 소리로(Voice of the Soul)’ 합창단이 주인공이다. ‘영혼의 소리로’는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11~13일 열린 안톤 브루크너 국제합창대회에서 특별연주상과 지휘자상, 참가특별상을 수상하고 18일 귀국했다.

지휘자 박제응(45)씨는 “연주가 끝났을 때 1000여 명의 관객이 기립박수를 보냈다”며 “몸과 맘이 성치 않은 우리 단원들 모두가 짜릿한 전율을 느꼈고 커다란 자신감을 얻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 합창대회는 최근 10년 동안 세계 4300여 개 합창단이 참가한 국제적인 대회다. 이번 대회에는 23개국에서 22개 팀, 1300여 명이 참가했다. ‘영혼의 소리로’는 11일 강강술래·도레미송 등 네 곡을 불러 예선을 통과했다. 13일 본선에서는 소나무·오솔레미오 등 10곡을 한국어·독일어·라틴어·영어 등으로 불렀다.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섰고 특별 코너에서 사물놀이를 공연했다. ICOC측은 “예술적인 기준으로 보면 세계적인 합창단과 겨룰 수 없을지 모르지만 이들의 열정은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영혼의 소리로’는 다섯 살 꼬마부터 50대까지 정신지체나 다운증후군, 백색증 등 중증 장애인들로 구성돼 있다. 99년 경기도와 고양시의 지원을 받아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프로그램 중 하나로 처음 만들어졌다. 지휘자 박씨는 자원봉사의 일환으로 이 프로그램을 맡았다. 장애인들 중 처음엔 10분을 못 넘기고 쓰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무대에서 노래를 하다가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다. 입 모양만 보고 노래를 배운 사람도 있었다.

‘영혼의 소리로’는 지난해 말 ICOC측의 초청장을 받았다. 비장애인 대회에 장애인을 초청한 것은 처음이었다. ‘영혼의 소리로’는 경비가 없어 참가할 엄두를 못 냈지만 중외제약과 대한항공, SK텔레콤 등의 지원을 받아 참가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 측은 단원 29명과 지휘자 박씨 등 40여 명의 항공티켓을 지원하고 직원 두 명을 오스트리아로 보내 안내까지 했다. 가장 나이 많은 단원인 한대영(52)씨는 “우리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데도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노래를 부를 수 있고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장정훈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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