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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광역급행 철도 시대 오나 <하> 외국의 운행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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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8일 오전 9시(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는 지하철 파르크 파베디 역사.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현지 시민들이 줄지어 올라탔다. 승강장까지 내려가는 데 3분11초나 걸렸다. 이 승강장은 모스크바 176개 지하철역 중 가장 깊은 지하 84m에 건설돼 에스컬레이터 길이만 126m(계단 수 740개)에 달했다.

모스크바 지하철 중 가장 깊은 파르크 파베드역. 지하 84m에 건설돼 에스컬레이터 길이만 최장 126m에 달한다. 하루 900만 명이 이용한다. 오른쪽에 경기도와 대한교통학회 견학단의 모습이 보인다. [경기도 제공]


12일 오전 11시 독일 베를린 하우프트 반호프(중앙역). 지하 15m 아래 터널에서 유럽 남북(로마와 코펜하겐)을 연결하는 장거리 기차가 출발했다. 지상 10m 높이의 플랫폼에선 동서(모스크바와 파리)를 잇는 열차가 지나갔다. 베를린 시내를 운행하는 지하철도 정차했다. 하루 열차 1100편이 통과하고 30만 명이 이용한다.

일명 대심도(大深度)로 불리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Great Train Express)’ 건설을 추진하는 경기도는 모스크바 지하철과 독일 베를린 중앙역을 주목하고 있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대부분 땅속 70m 아래 건설됐고, 베를린 중앙역은 친환경 환승역이다. 이 때문에 지하 40∼50m에 건설을 추진 중인 GTX의 모델로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경기도는 2011년 1월에 착공해 2016년 9월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대심도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심도 사업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경기도는 대한교통학회와 함께 7∼14일 모스크바와 베를린,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현장 시찰했다. 지하철과 역사 운영 시스템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경기도시공사·한국교통연구원·삼보기술단·대학 교수 등 전문가 15명과 경기도 관계자 12명이 참여했다.

모스크바 지하철 열차는 노후되고 소음이 심했다. 하지만 90초 간격으로 운행되고, 평균 시속 48.8㎞로 달려 신속한 교통수단으로는 제격이었다. 그 때문에 버스나 트롤리버스·노면전차·택시 등 모스크바 대중교통 수단 중 가장 선호되고 있다. 하루 이용객은 900만 명에 달해 교통분담률이 52%나 된다. 회사원 블라디미르 가불로프(38)는 “회사가 있는 유고자파드 오블라스티에서 25㎞ 정도 떨어진 집까지 가는 데 차로 2시간30분이 걸리지만 지하철로는 45분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모스크바메트로 교통박물관 세르게이에프 알렉산드르 세르게이비치 홍보담당은 “모스크바 지하철은 안전성과 속도가 뛰어난 운송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교통연구원 이재훈(교통학 박사) 미래전략연구센터장은 “기존 지하철 때문에 서울과 경기도에선 광역급행철도가 모스크바처럼 대심도 공사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원대 손봉세(소방방재공학과) 교수는 “모스크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화재 등 비상시 비상전원이 켜지고 올라가는 방향으로만 작동한다”며 “한국에서 대심도가 건설되면 안전성 차원에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 중앙역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 맞춰 그해 5월 신축됐다. 매일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160여 대의 고속열차와 310여 대의 지방열차가 통과한다. 고속철도는 시속 300㎞, 지방 열차는 160㎞로 다닌다. 베를린 시내를 운행하는 전철 616대도 경유한다. 독일 연방철도(DB) 울리케 자이덴 파덴 철도정책담당은 “하루 이용객이 24만∼30만 명으로 유럽 주요 도시와 연결되는 최고의 환승역”이라고 말했다.

시설과 규모도 눈여겨 볼 만하다. 외형상 지하 3층, 지상 5층 규모로 9117개의 통유리로 설계됐다. 지하까지 자연 채광되도록 설계됐다. 유리청소는 로봇이 맡는다. 승객들의 환승을 돕기 위해 역사 안에 통로 430개와 에스컬레이터 58개, 엘리베이터 37개가 설치됐다. DB 베누아 슈미츠 국제교류담당은 “베를린 중앙역은 친환경적이며 편안하고 안전한 열차를 운영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산업대 김시곤(철도경영정책학과) 교수는 “광역급행열차 정거장마다 일반 지하철이나 경전철, 버스와의 환승 시스템을 구축해 빠르고 편안한 환승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베를린=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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