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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9개월 흘렀다, 금융위기 핑계는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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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덕담과 격려 위주일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 2일 AIA생명의 마크 윌슨 최고경영자(CEO)와 한국 직원들의 만남은 다른 때와 분위기가 달랐다. 그는 “더 이상 금융 위기가 핑계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AIG생명에서 AIA생명으로 이름을 바꾼 이 보험사에는 그의 방한을 계기로 긴장감이 더 높아졌다. 5년 앞을 내다본 성장 계획을 마련 중이고, 헌혈 캠페인도 시작했다. 새 브랜드의 색깔(붉은색)까지 감안한 마케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이 벌써 만 9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9월 15일 파산 신청 후 금융사들은 최대한 몸을 낮췄다.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움츠려 있을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집이 가벼운 2금융권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어려워도 이익을 내야 하는 숙명을 지닌 CEO들이 앞장을 섰다. 새 사업 영역을 찾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수비형에서 벗어나 공격형 경영으로 나선 것이다.

◆CEO가 뛴다=최고경영자들이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17일 버스를 빌려 타고 부산 지역을 한 바퀴 돌았다. 해운대 신시가지, 센텀시티, 마린시티 등 부상하는 지역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승용차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점장에게 보고를 받고 현장 토론을 하기 위해 버스를 택했다. 신 회장은 “계약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현장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보험업계 전체의 해약률은 12.4%로 1년 새 2.1%포인트가 높아졌다.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은 요즘 사원들과 만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15일엔 사원들과 점심을 함께하고, 사장실 의자에 사원들이 앉아보도록 했다. 콜센터 1일 상담원을 자청하기도 했다.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카드 회원 수 1500만 명 달성을 앞당기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부침이 심했던 미래에셋생명은 ‘은퇴 설계 명가’를 돌파구로 삼았다. 윤진홍 사장은 2월부터 전국을 돌며 새 전략을 직접 설명했다. 이 회사 변액보험 상품의 수익률은 최근 다시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새 영역 찾기=위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아래도 뛴다. 삼성카드의 불황기 상품 아이디어는 대리급 이하 사원으로 구성된 ‘수퍼그룹’에서 나왔다. 삼성카드에 미리 생활비를 충전해놓고 쓰면, 일시불 사용금액의 0.5%를 매월 현금으로 돌려주는 생활비 재테크 서비스다. 출시 3개월 만에 21만 명이 이용했고, 이들은 총 4억2000만원을 돌려받았다.

신한카드는 최상위 계층을 위한 연회비 100만원의 ‘신한프리미어 카드’를 내놓았다. 불황이지만 초우량고객(VVIP) 시장 진출을 더 늦출 순 없다는 판단에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집중하다 호되게 당한 저축은행들은 사업 영역 다각화에 몰두하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중고차 할부 서비스인 ‘차드림론’을 내놓고 자동차 할부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17일 홈플러스와 손잡고 생활 대출 서비스를 내놨다. 이 회사는 중부·예한울 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도 불렸다.

신차 할부 금융이 주력이던 대우캐피탈은 중고차로 눈을 돌렸다. 중고차 유통업체인 SK엔카, 자마이카 등과 서비스 제휴를 맺었고, 서울 장한평과 대구에 들어설 대형 중고차 판매장에 지분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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