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신약 곧 등장…치료 길 넓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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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세계보건기구 (WHO) 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B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는 3억5천만명,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는 1억7천만명에 이르러 간염이 세계에서 가장 창궐하고 있는 전염병이라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10명중 1명이 간염바이러스 보균자. 21세기 인류보건을 위협할 최대의 전염병으로 떠오르고 있는 간염을 해부한다.

간염은 말 그대로 간에 생긴 염증. 원인은 크게 바이러스, 약물등 독성물질, 선천성 대사장애 등 3가지다. 이중 선천성 대사장애는 영아기부터 발견해 치료를 해야 하며 약이나 술등에 의한 간염은 원인 제공 물질을 끊으면 간염도 좋아진다.

문제는 바이러스성 간염. 현재까지 알려진 간염바이러스는 A.B.C.D.E.G 등 6가지. 이중 E.G형은 아직까지 국내에 보고된 바 없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만성화되는 B.C형이다. 혈액.정액.침등 모든 체액을 통해 감염돼 성병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국민병' 으로 불리우는 B형간염은 급성에서 만성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10%정도. 즉, 90%는 저절로 낫는다.

B형간염을 만성화시키는 주범은 회복기에 성분미상의 약물을 복용했거나 음주.과로. 따라서 간에 해로운 약물이나 과로를 피하고 영양과 운동 등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나가야 한다.

통계적으로 B형만성간염자중 20년이 지나 간경화로 진행되는 이는 절반 정도. 사망자는 4명에 1명꼴이다. 현재 치료제로는 미국 식품의약국 (FDA) 으로부터 공인받은 인터페론이 유일하다. 그러나 인터페론으로 효험을 볼 수 있는 경우는 5명중 1명뿐. 하지만 희망이 있다.

글락소웰컴사가 개발한 항바이러스제제 라미뷰딘이 FDA의 승인을 앞두고 있기 때문. 원래 에이즈치료제로 개발됐지만 B형간염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 것. 우리나라에도 에이즈치료용으로 들어와 있다.

대만 창궁기념병원 연판 리아우교수는 최근 미국 뉴올리언즈에서 개최된 소화기질병학회에서 "3백34명의 간염환자들을 대상으로 2년동안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52%에서 바이러스가 혈액내에서 검출되지 않았으며 27%에서 항체가 생겨나는 성과를 보였다" 고 발표했다.

인터페론과 달리 부작용이 거의 없고 하루 1회 복용으로 투약방법이 편리한 것도 장점이다. 단점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백승운 (白承雲) 교수는 "10%정도에서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생겨 치료효과가 떨어지며 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재발하는 것이 문제" 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내년 상반기 간염치료제로 시판될 전망. C형간염은 급성에서 만성으로 될 확률이 20%가 넘는다. 그러나 만성간염→간경화→간암으로 병이 진행하는 기간이 B형간염보다 훨씬 느리다. 인터페론치료에 실패한 C형간염 환자라면 리바비린을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리바비린은 국내에서도 시판중인 항바이러스제제. 바이러스성 호흡기질환 치료제로 사용되어온 리바비린을 인터페론과 혼합투여하면 치료성공률이 10배나 높아진다고 월스트리트저널지가 최근 보도했다.

스웨덴과 대만 등지에서 실시된 임상시험결과 6개월동안 혼합치료했더니 환자의 43%가 2년이 지날 때까지 혈액내 바이러스가 나타나지 않더라는 것. 최근 미국립보건원의 임상시험자문위원회는 만장일치로 리바비린 승인을 건의, 빠르면 몇달 이내에 FDA승인이 확실시되고 있다.

서울중앙병원 내과 서동진 (徐東震) 교수는 "종래 인터페론에 라미뷰딘과 리바비린이 덧붙여짐으로써 간염치료성적이 크게 향상될 것" 으로 기대했다. 문제는 라미뷰딘이나 리바비린의 국내승인이 나기까지 1~2년 이상 기다려야한다는 것. 그때까진 바이러스가 얌전히 세포내에 머물러 있도록 건강 보균자 상태를 유지하며 섭생에 주의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다.

A형 간염은 어릴 때 걸리면 간염인지도 모르고 지날 정도로 증상이 가벼우나 어른이 돼 앓게 되면 드물지만 간이식을 해야하는 전격성 간염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백남선 (白南선) 교수는 "만 10세이상인데도 A형간염항체가 없다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고 권했다.

◇ 간염환자 10대 건강수칙

① 모든 약물은 의사와 상의후 복용한다.

② 건강보조식품은 농축액 형태로 섭취하지 않는다.

③ 무조건 휴식보다 일상적인 신체활동은 유지한다.

④ 저지방·고단백을 고집하기 보다 골고루 섭취한다.

⑤ 최소 6개월에 한번 간염 진행상황을 점검한다.

⑥ 면도기나 칫솔·손톱깎기 등 위생용구는 따로 쓴다.

⑦ 술과 담배를 끊거나 줄이며 과로하지 않는다.

⑧ 한 명의 주치의를 정해 정기적으로 진찰 받는다.

⑨ 간염환자 가족들은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받는다.

⑩ 간에 좋은 것을 찾기보다 해로운 것을 피한다.

황세희.홍혜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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