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고도의 차 향기 서울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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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돔부’라 불리는 차통. 티베트인들은 돔부에 찻잎·버터를 담아 섞은 뒤 끓여 마셨다. 높이 125cm. 실크로드박물관 소장

중국 윈난성과 쓰촨성에서 티베트를 지나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로 이어지는 길 5000㎞. ‘지상에서 가장 험한 길’이라는 이 루트를 따라 티베트인들은 그들의 말과 중국의 차를 바꿨다. 옛 상업도로 차마고도(茶馬高道)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특별전 ‘차마고도의 삶과 예술’이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6일 시작됐다.

티베트인들에겐 쓰촨성과 윈난성에서 구한 찻잎이 ‘생명의 잎사귀’였다. 험한 길 끝에서 차를 구한 티베트인은 찻잎을 차곡차곡 쟁인 보따리를 말등에 매달았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찻잎은 천천히 발효됐다. 발효차인 ‘보이차’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티베트 서쪽 창탕 고원에는 소금 호수가 있다. 티베트인들은 그 소금을 캐 야크 등에 싣고 히말라야를 넘어가 곡식과 맞바꿨다. 야크는 고원지대에 강한 소. 티베트인은 야크의 뿔로 소금을 캐고, 털로 직물을 짜고, 젖으로 버터를 만들고, 뿔로 피리를 만들었다.

티베트인은 삶과 죽음을 영원히 되풀이되는 수레바퀴라 여겼다. 시신을 잘게 토막내 새의 먹이로 주면 영혼이 하늘로 돌아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고유의 장례의식은 조장(鳥葬) 혹은 천장(天葬)이라 한다.

팔다리가 잘려 나가고 내장이 일부 드러난 ‘천장상’, 사람의 뼈로 만든 피리·염주·공양구가 조장의 흔적이다. 전시장에선 1500여 년 역사의 티베트 불교미술을 보여주는 각종 불상·만다라·탕카(두루마리 불교 그림) 등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차마고도 이야기를 전하는 전시 유물은 총 200여 점. 국립중앙박물관·티베트박물관·실크로드박물관·화정박물관·통도사 성보박물관·대원사 등 대개 국내 박물관 소장품인데, 그 수준이 상당하다. 8월 16일까지. 무료.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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