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방송계]KBS '파격' 부사장 내정에 뒤숭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박권상 KBS 사장이 KBS개혁 추진을 위한 파트너로서 부사장에 파격적으로 차장급 PD인 이형모 언론노동조합연맹위원장 (사진) 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인사가 사회적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박사장은 10여년간 방송노조 운동에 애써 온 이차장을 매개로 KBS 노조와의 관계를 원활히 하며 개혁을 추진한다는 자신의 복안을 부사장 임면권을 갖고있는 이사들에게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차장이 부사장이 되면 부장.국장.본부장 등을 뛰어넘는 한국언론사상 초유의 파격 인사가 이뤄지게 된다. 이차장은 28일 '일신상의 이유' 라며 언노련에 사표를 제출했다.

KBS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이차장의 부사장 임명을 처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사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박사장이 이사들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하나 파격 인사 소식에 '홍두깨로 맞은 듯한' 내부 간부들의 반발이 만만잖기 때문이다. 단계를 무시해도 그 정도가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불만이다.

한 PD는 "부장급 이상의 간부들이 '도대체 조직이 어떻게 되려는 것인가' 라는 불평을 털어놓는다" 고 말했다. 심지어 "간부들이 항의 대자보를 붙이는 것 아니냐" 는 농담조의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30일 이사회의 결과에 대해 KBS 노조관계자는 "정보를 수집해본 결과 이사회에서 가부 의견이 반반" 이라며 "1~2표 차이로 임명여부가 결정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KBS의 젊은 PD들은 이차장의 부사장 임명설에 대해 '의외' 임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반대는 않는 분위기다. 특히 노조는 "노동운동 경력 등 이차장의 성향으로 볼 때 KBS가 커다란 개혁을 이루게 될 것" 이라며 환영을 표한다.

현재 52세인 이차장은 70년 CBS PD로 방송계에 첫발을 내디뎠고 TBC (동양방송) 를 거쳐 KBS에서 일했다. 87년에는 초대 KBS PD 협회장 겸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장을 지냈으며 90년에는 KBS 방송민주화투쟁과 관련돼 구속되기도 했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