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 교감의 對北 '햇볕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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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의 서울포럼과 미국의 외교협회가 함께 작성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발표한 한반도문제에 관한 정책보고서는 앞으로 양국 정부의 대북한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양국 정부의 요청과 적극적인 지원하에 만들어졌고 참여자의 면면이 비록 민간인 신분이지만 정책수립에 늘 가까이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무게를 느끼게 한다.

보고서의 핵심내용은 양측이 북한의 연착륙 (Soft landing) 을 통한, 즉 이른바 '햇볕론' 에 의한 남북통일방안에 견해를 일치시키고 있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지금까지 북한이 거세게 반발해 온 흡수통일론에 한.미 양국이 더 이상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를 점차 완화하고 북한의 개혁을 지지함으로써 대북한 정책의 기조를 통일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두어 꾸려가도록 건의하고 있다.

김영삼 (金泳三) 정권에서 체중을 실었던 북한의 붕괴유도 정책이 중국의 북한 지원으로 좌절될 것이란 판단을 곁들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는 이 보고서의 주장과 건의가 기본적으로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는데 동감한다.

북한의 김정일 (金正日) 정권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을 전제로 했다는 점이 북한을 안심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또 이 보고서는 곧 양국 정부의 공식검토를 거쳐 가급적이면 6월초 워싱턴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대북 공동노선으로 조율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지금 미국은 유일무이의 초강대국이란 자만심에 차 세계의 모든 일에 관여하고 있다.

때문에 그들은 金대통령의 대북 햇볕론을 환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金대통령의 경제 정책엔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뒤로는 한국 정부가 구조조정에 좀 더 체계적인 청사진을 밝히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고, 말보다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대북한 정책에 있어 햇볕론을 칭송한다고 해서 미국과 모든 것이 잘 되리라 믿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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