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화'물위의 하룻밤'출연 이승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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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누드모델 이승희 (28)가 지난 24일 다시 서울을 찾았다. 이번엔 영화 '물위의 하룻밤' 홍보차다.

이번 칸영화제 견본시엔 영화진흥공사가 '물위…' 를 선보였고 별도로 그녀 주연의 미국영화 '에로 인 저지먼트' 도 출품됐다.

배우의 열망을 키우고 있는 이승희. 지난해 그녀를 둘러싼 그 난장판은 이제 해프닝으로 돌리고 진지하게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 보기로했다. 기자는 공격적으로 질문했고 이승희도 공격적으로 대답했다.

6월5일 출국.

- '아시아적 가치 = 거품' 론이 거세다. 혹시 당신의 '아시아적 이미지' 에 대한 인기도 그렇게 몰락하지는 않을까.

"아시아 나라들이 단기간에 이룬 산업화에 미국과 유럽쪽은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아시아적 가치에는 부패라는 부정적 요소가 끝까지 묻어 있었다. '플레이보이' 가 내게 보인 관심의 시작은 동양적인 아름다움임에 분명하다. 나는 그것을 정확히 알고 대응하고 있기에 절대 거품이 되진 않을 것이다."

- 그게 만일 단순한 호기심 차원이라면 단명할 것 아닌가.

"서양인의 동양여자 몸에 대한 호기심, 아니 거창하게 아시아적 이미지는 곧 주류에 편입될 것으로 믿는다. "

- 부모 이혼, 어머니와의 결별. 그런 결손 분위기에서 무슨 저항 같은 게 자리잡을 것 같다. 그래서 벗는 건가. 혹시 자신의 몸을 세상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잃어버린 모성을 떠올리거나….

"고교시절 어머니의 부재는 나에게 엄청난 외로움이었다. 아버지와의 갈등도 오래 계속됐다.

가출과 자살기도 등. 하지만 모성에 대한 그리움과 옷벗기를 연결시키진 않는다. 대신 내 자신의 성취감이나 여성의 정신적 억압구조로부터의 탈출 같은 것을 생각한다. 물론 그건 다른 모든 여자가 벗는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일에 집착하고 있다. "

- 억압으로부터의 탈피, 그건 페미니스트들의 주장과도 통한다. 하지만 그들은 누드나 미인대회 같은 것을 부정하지 않는가.

"성의 상품화를 비판하는 페미니스트들의 관점을 나는 이해한다. 하지만 페미니즘의 출발점이 뭔가.

여성이 남성 위주의 사회구조 속에서 힘을 갖자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이 힘을 갖는냐 잃느냐의 갈등구조인지 모를 일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스스로의 삶에 솔직하고 대담할 필요가 있다. 벗어서 힘을 갖는 게 문제가 될까. 아니다. "

- 당신의 몸에 그려진 나비 타투 (문신) 과 배꼽 피어싱 (몸뚫기) 행위도 그런 차원에서 해석을 할 수 있나.

"뭔가 남다른 행위를 하는 것은 심적인 억압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예전 언젠가 나는 수많은 문신과 피어싱을 하고 싶어 안달을 낸 적이 있었다. 남들이 만류를 하는 바람에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지금은 그런 충동에서 벗어나 있다. "

- 누드모델과 연기자에 대한 철학 같은 것.

"남에게 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은 같다. 처음 누드모델을 택한 것은 뭔가 예술적인 분위기에 끌린 것이다. 내 자신의 크로스오버 행위에 해당하는 배우의 경우 다양한 성격묘사에 능해야 한다. "

- 누드 또는 포르노,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 자극, 성범죄의 만연의 연결고리에 대해선.

"내가 예비 의학도로서 공부했던 사회심리학으로 그 설명이 가능하다. 성범죄는 성억압과 비례적으로 늘어난다. 사회교육 차원에서 성교육은 더욱 적극적이고 개방적으로 수행되야 한다. 누드라는 겉모양에 대한 비판적 시각, 그건 시대착오적이다.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있다. "

- 새 영화 '물위의 하룻밤' 에서 창녀인 여주인공 피비의 역할에 대해선 만족하나. 영화가 묻고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섹스는 뭔가.

"여러 배역을 해내고 싶은 욕심이 많다. 피비역도 그중 하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섹스? 너무 철학적인 질문이다. 아마도 사랑이 담기지 않은 섹스 아닐까. 피비가 끝내는 죽음의 길을 택하는 것도 가장 슬픈 섹스 때문일지 모른다. "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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