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현장을 가다]사람 모이는 길목잡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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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북전주시에서 가장 붐비는 완산구서노송동 C백화점 정문 앞. 지난 19일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래 이곳에선 무려 50여건의 선거유세가 열렸다.

각 후보진영의 선거운동원들은 이곳을 '선점' 하기 위해 새벽6시부터 몰려든다. 차량과 홍보물.연단 등을 인도 곳곳에 늘어놓아 다른 후보진영의 접근을 막는다. 자리를 지키려는 후보측과 늦게 도착한 후보측 사이에 심심치않게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6.4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길목 차지하기' 경쟁이 뜨겁다. 개인.합동 연설회에 청중이 거의 모여들지 않아 아파트단지.시장.백화점 앞에 진을 치고 선거운동을 벌이게 됨에 따라 각 후보진영 사이에서 치열한 자리 확보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5일 오전7시30분쯤 강원도춘천시우두동 동부.삼성아파트 입구. 이 지역 시의원에 출마한 6명 가운데 3명의 후보들이 이른 새벽부터 나와 '한 표' 를 호소하고 있었다.

후보진영 선거운동원들은 이날 출근길 유권자들의 눈에 잘 띄는 지점에서 유세를 벌이기 위해 오전5시30분부터 나와 있었다.

이 때문에 나머지 3명의 후보들은 먼저 길목을 점령한 후보들에게 밀려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문 도로변 부근에서 유세를 해야 했다.

서울 구청장에 출마한 K후보 선거참모는 "한밤중에 다른 후보측 모르게 좋은 길목에 유세차량이나 주차금지 표지판 등을 세워놓아 길목을 선점하고 있다" 고 '비법' 을 귀띔했다.

강원도지사에 출마한 한나랑당 김진선 (金振신) , 자민련 한호선 (韓灝鮮) , 무소속 이상룡 (李相龍) 등 3명의 후보측 사이에도 매일 같이 '5일장터' 의 길목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길목잡기 경쟁에 대한 유권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전북전주시완산구효자동 아이스링크앞 도로의 경우 25일 오전에만 3명의 후보가 홍보트럭을 세워 놓고 유세를 벌이는 등 연일 교통체증이 심해 주민들의 불만이 대단하다.

이곳 주민 金영미 (42.주부) 씨는 "아파트 입구가 일부 후보자들의 유세장으로 변해 통행은 물론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 이라며 "후보들은 넓은 광장에서 선거운동을 벌여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 고 말했다.

서울서대문구홍은동 아파트주민 현혜진 (玄惠珍.36.여) 씨는 "주말에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밤 늦게까지 확성기를 크게 틀어놓고 선거운동을 벌여 아파트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며 "도대체 표를 얻으려고 하는 행동인지 모르겠다" 고 지적했다.

서형식.박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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