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장애아 현실 제가 잘 알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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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사회적응 훈련을 받느냐에 따라 장애 아동들도 얼마든지 장애를 극복하고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사회적 비용이 훨씬 덜 들어 결국 사회 전체로도 이득이 됩니다."

네티즌들 사이에 '얼짱 의원'으로 알려져 있는 나경원(41.한나라당)의원은 우리 사회가 장애 아동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나 의원은 1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장애 아이, We Can('우리가 할 수 있다'는 뜻)'창립 총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뽑혔다.'장애 아이, We Can'은 장애 아동의 차별 해소와 인권 회복문제를 연구하기 위한 국회 내 모임이다. 여야 의원 46명이 주축이 됐고, 대학교수 등 전문가와 장애아를 둔 부모 22명이 특별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들은 매달 한차례 모여 장애 아동의 차별 실태를 파악, 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공정한 대열에 끼이도록 하는 방안을 집중 연구한다. 여기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법안을 제.개정해 정책에 반영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부산지법과 인천지법 판사를 지낸 그는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특보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지난 4.15 총선 때 비례대표로 출마해 금배지를 달았다.

나 의원은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이 모임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여야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장애 아동의 차별 실태를 알리고 문제 해결에 의원들이 나서주도록 설득했다. 그는 "장애인 중에서도 특히 아동은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주변의 각별한 손길이 필요하다"면서 "그래서 아이들 문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 의원의 끈질긴 설득에 많은 의원이 동조했다.

한나라당에선 시각장애인인 정화원 의원,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심재철.김재경 의원 및 김덕룡.강재섭.김무성 의원 등 중진들이 나섰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정덕구.김선미.김재윤 의원 등이 뜻을 같이했다.

그는 장애아를 둔 부모들도 알음알음으로 찾아다니며 동참을 호소했다. 장애아동 문제는 대부분 부모들이 쉬쉬하기 바람에 밖에 잘 알려지지 않아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가 이 일에 적극 뛰어들게 된 것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초등학교 5학년)을 키우면서 장애 아동이 현실에서 겪는 문제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총선 당시 선거방송에 출연해 "우리 애처럼 아픈 곳이 있는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모임은 첫 활동으로 다음달 장애인 재활시설에 있는 아동을 국회로 초청해 국회 투어를 시켜줄 생각이다. 의원들이 직접 재활시설을 방문해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실태를 파악하고 봉사활동을 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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