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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시, 사색을 사랑한 엄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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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의료 자원봉사단체 '월드와이드 서비스'소속으로 예멘에서 봉사활동을 벌이다 테러단체에 납치돼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 엄모(여·34)씨는 시와 책 등 문학을 좋아하고 사색을 즐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23일 그의 블로그에는 자신이 읽었던 책 ‘루이스 VS 프로이트 (The Question of God)’의 한 구절을 인용해 놓았다. “진짜 고향을 그리워하는 욕구는 죽은 후에야 채워질 수 있는 것이니만큼, 이 것이 사라지지 않도록 잘 지켜야 한다. 이 욕구가 다른 욕구에 짓눌리거나 밀려나지 않게 해야 한다. 나 자신이 그 나라를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일을 내 삶의 주된 목표로 삼아야 할 터이다. -p.66-"

엄씨는 “자기가 선택한 가치관에 의해 삶의 목적과 태도가 결정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목적을 점검하였고, 그 목적에 따라 선택한 일들을 후회하지 않음에 그 분께 감사 드린다”고 적었다.

2007년 9월17일에는 시인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띄워놓았다. 시를 적기에 앞서 그는 "가을이 오는 하늘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 다르지 않을텐데…네온 사인으로 가득한 밤 풍경으로 많은 별들을 볼 수가 없다. 네온 불빛 없는 별 만이 가득한 하늘을 보고 싶다"고 썼다.

별 헤는 밤의 끝은 엄씨의 운명을 예감하기라도 한 듯 이렇게 끝났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일흠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 할게외다.”

엄씨는 대한민국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지난해 8월15일 블로그에 올린 글 맨 앞에 태극기를 띄워놓고 다음과 같은 글을 적었다. “모두의 마음에 대한민국이 펄럭입니다. 우리가 나눈 태극기가 모이고, 또 모이면 63년 전에 만난 태극물결의 감동이 다시 한 번 찾아오지 않겠어요? 나라가 빛을 되찾은 광복(光復) 예순 세 번째 해에 당신의 대한민국을 다시 만나세요.”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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