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한국공연 확정됐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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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소문만 무성했던 마이클 잭슨의 북한 어린이 돕기 공연이 공식발표됐다. 오는 10월11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비무장지대에서 동시 개최가 추진되고있는 이 공연에서 잭슨은 루치아노 파바로티.엘리자베스 테일러와 함께 화려한 대형쇼를 펼친다.

잭슨은 메인공연장인 잠실에서 노래하다가 헬기를 타고 비무장지대의 임시무대로 이동하는 시나리오를 비롯, 여러가지 깜짝쇼를 궁리중이다. 한국측에서 공연진행을 맡은 제일기획은 "잭슨등 3인 외에도 팝.영화.스포츠스타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인 만큼 관객이 10만에 못미쳤던 96년 잭슨의 단독 내한공연과는 차원이 다른 대형쇼가 될 것" 이라고 전망.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 대중음악인들의 북한 동포 돕기 공연소식은 잠잠해 안타까움을 사고있다.

현재까지 확정된 공연은 오는 3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98 한민족 사랑나눔 콘서트' (02 - 3445 - 6114)가 전부다.

북한 옥수수심기 범국민운동본부.한국방송대학교가 주관하는 이 공연은 8천여 청중 (예상) 의 입장료전액을 북한 동포들을 위한 식량기금으로 쓰게된다. 이현우.이선희.신형원등이 출연하지만 그밖의 인기 뮤지션들이 많이 빠져 대중음악계 전체를 대표하는 동포돕기 콘서트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밖에는 8월중 강원도를 무대로 록가수들의 합동공연 '98 록 콘서트 - 한반도의 미래, 청년의 기상' 이 동포돕기를 표방하며 기획되고있으나 아직은 밑그림 단계이다.

정부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10여건의 동포돕기 콘서트 움직임이 있었던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가라앉은 분위기다. 일차적 원인은 불황으로 기업협찬이 끊겨 공연시장이 얼어붙은 탓으로 분석된다.

가요계에서는 "국내 음악인들이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외국가수 잭슨이 한국땅에서 국내가수 한두명을 보조 출연자로 내세워 동포 돕기 콘서트를 벌이게된다면 크게 부끄러운 일" 이라며 "85년 아프리카 아사자들을 위한 영미 팝가수들의 자선콘서트 '라이브 에이드' 가 그 나라 문화의 힘과 수준을 세계에 과시한 지표가 됐음을 상기해야한다" 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대중음악인들의 북한돕기 콘서트를 일체 불허했던 정부도 잭슨의 북한 어린이 돕기 공연이 성사된 마당에 같은 취지로 열리는 국내 음악인들의 공연을 막을 이유가 없게됐으며 오히려 지원해야 마땅하다는 지적이 높다.

가요계는 록.포크.발라드등 대중음악 장르는 물론 국악.클래식.재즈.크로스오버 등 전분야의 뮤지션들이 한데 뭉쳐 잭슨의 공연 이전에 판문점 등 상징적인 장소에서 자선공연을 여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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