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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막전막후] 퀄컴에 과징금 물리나 … 7월께 최종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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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불공정 거래로 국내 업체들의 피해가 큽니다.”(공정위 심사관)

“제품 판매를 위한 정당한 마케팅입니다.”(퀄컴 변호인)

지난 10일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열린 전원회의. 미국 퀄컴의 불공정거래 혐의 여부를 심의하는 이 자리에서 양측은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공정위 심사관들이 증거를 제시하며 혐의를 추궁하면 변호인들은 반박 자료를 내며 대응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 퀄컴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 여부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퀄컴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 1995년 이후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로부터 거둬들인 로열티만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혐의 입증되면 과징금 수백억원대=쟁점은 퀄컴이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에 CDMA 칩을 공급하면서 다른 부품을 끼워 팔았는지 여부다. 또 경쟁사의 제품을 쓰는 업체에 차별적으로 높은 로열티를 부과했는지와 자사 제품만 구매하는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는지도 심의 대상이다. 지난 3년간 조사해 온 공정위는 퀄컴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이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퀄컴의 2008 회계연도 기준 매출액은 111억 달러(약 14조원)로 국가별 매출 비중은 한국이 35%로 가장 높고 중국(21%)·일본(14%) 순이다. 한국에서만 지난해 5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3%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따라서 퀄컴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과징금이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2006년 MS가 윈도미디어플레이어 등을 끼워 판 혐의 등으로 32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지난해 인텔에는 리베이트 제공 등의 혐의로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세계 IT 업계의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퀄컴에 대한 이번 심의가 전 세계에서 처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위가 퀄컴에 조치를 취하면 사상 첫 제재가 된다. 과거 MS·인텔의 사건에서처럼 공정위의 결정이 비슷한 사안을 조사 중인 미국·유럽연합(EU) 등의 제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결과에 따라 국제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퀄컴 “합법적인 비즈니스했다”=퀄컴은 불공정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기술 발전으로 여러 가지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를 ‘끼워 팔기’로 보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또 차별적인 로열티 부과는 일종의 할인 정책이고, 리베이트는 정당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퀄컴 관계자는 “우리는 한국의 법을 지키며 사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전원회의 주심에 이례적으로 차관급인 서동원 부위원장을 배정했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사건을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내심 혐의를 입증하는 데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이런 관행이 고쳐지지 않을 경우 퀄컴은 CDMA뿐 아니라 다른 휴대전화용 부품 시장에서도 독점적인 지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서너 차례 심의를 거친 뒤 7월께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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