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체인 프리머스 소유권 놓고 CJ-강우석 감독 씨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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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영화 '실미도'로 관객 1000만 시대를 연 강우석 감독이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극장 체인인 프리머스의 소유권을 둘러싼 CJ엔터테인먼트(이하 CJ)와의 갈등으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프리머스는 강 감독이 실질적인 운영권을 갖고 있는 국내 메이저 영화 투자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가 2002년 설립한 극장 체인. 복잡한 인수.합병 과정을 거친 끝에 시네마서비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CJ가 지난 6월 프리머스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분쟁에 휩싸였고, 결과에 따라 자칫하면 시네마서비스가 공중분해될 가능성도 생겼다.

이에 앞서 양측은 지난 4월 아무런 조건없이 CJ가 시네마서비스 등을 10월까지 강 감독에게 양도하고 200억원을 지원하는 대신 시네마서비스가 제작하는 영화의 배급권을 받기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사전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그러나 이번 갈등으로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시네마서비스는 6월 이후 새 영화에 대한 신규투자를 전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시네마서비스는 CJ에 반발해 전 직원이 사표를 낸 상태라, 협상결렬시 지난 10여년간 한국 영화시장을 주도해온 시네마서비스가 없어질 수도 있다. CJ가 시네마서비스를 청산하더라도 프리머스 경영권만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감독 측은 "MOU 교환 당시 CJ는 조건없이 시네마서비스의 영화사업 부문 경영에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했으나 이를 어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CJ 측은 "MOU 교환에 앞서 구두로 강 감독이 3년만 프리머스를 운영하고 이후 CJ에 넘길 것을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쪽이 진실이든 간에 CJ의 프리머스 인수는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그러나 CJ의 프리머스 인수는 영화인들 사이에서 '극장업 독과점'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화인회의와 영화인협회.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 12개 영화단체는 최근 CJ그룹 이재현 회장 앞으로 '한국영화산업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대기업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프리머스 인수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항의서한을 주도한 영화제작가협회가 일부 회원사의 반발로 공식입장을 내지 못하는 등 영화인들 입장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관계자는 "배급과 상영(극장 소유)을 분리해야 한다는 게 영화인들의 기본원칙"이라면서 "독점에 반대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강 감독 손을 들겠다는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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