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는 '휴먼텔링' 마케팅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축 늘어지는 오늘 같은 날에는 몇 해전 겨울에 떠났던 스코틀랜드 여행을 떠올려. 디지털 카메라 대신 필름 카메라를 들고 흑백 필름도 챙겼지. 그렇게 해서 다녀왔던 곳이야…."

# "다짜고짜 질문. 이것은 무엇일까? 의자에 앉았다 일어날 때 마다 허리 통증 및 현기증을 느낀다. ‘대체 내가 주말에 뭐해서 이렇게 피곤하지’라고 생각하나 딱히 드는 생각은 없다. 어쩐지 몸살이 난 것 같은 기분에 그저 집에 빨리 가고 싶다. 답은 월요병!"

추억이 깃든 여행담부터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하소연 글까지…. 개인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올라왔을 법한 글이지만 이는 어느 기업이 홍보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이다. 블로그 관리자는 '대놓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지 않는다. 대신 여행, 직장 생활에 대한 글을 친근감 있게 풀어놓는다. 일상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네티즌들과 친근한 소통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1인 미디어'시대를 맞아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친근감 있는 블로그나 커뮤니티로 고객과 소통하는 '휴먼텔링(Humantelling)'마케팅이 인기다. 고객과 가깝게 소통하며 자연스럽게 관심을 끄는 방식이다.

◇ '개인 블로그야, 기업 블로그야' = SK텔레콤 로밍 사업팀이 지난 200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T로밍 블로그(http://blog.sktroaming.com)'는 친근한 이웃 같은 컨셉트를 가지고 있다. SKT 로밍팀 신입직원인 ‘노민’이 로밍에 대한 문의에 재치 있는 답변을 남기는가 하면 출장과 여행에서 체험했던 다양한 로밍 서비스를 에세이 형식으로 소개한다.

해외 여행과 연관도가 높은 로밍 서비스의 특징을 반영해 웹툰 형식의 해외 여행기도 직접 제작한다. 단순히 로밍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네티즌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다. 현재 일 평균 방문자가 2000여 명에 이른다.

LG전자는 지난 3월 ‘더 블로그(The BLOG)’라는 기업 블로그를 오픈했다. 주제는 '디자인'이다. 사내 디자인, CSR, HR, 마케팅, 브랜드 등의 분야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블로그 필진이 디자인과 테크놀로지, 사람, 문화, 글로벌 등 5개 주제로 포스팅하고 있다. 회사 밖 사람들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디자인 스토리나 제품 개발 뒷이야기, 각종 해외 전시회 참관 후기, 광고 현장, 디자이너들의 현장 소식, 최신 디자인 트랜드에 대한 필진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올라온다.

네티즌들이 자유롭게 댓글을 올리며 필진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대학생부터 디오스 냉장고를 구입한 신혼 부부에 이르기까지 네티즌과 블로그 필진간의 쌍방향 소통이 활발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연초 출시한 퍼니처(가구)스타일 신형 지펠 냉장고 홍보를 위해 50명의 체험단 '지펠리어'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블로그 방문자 수와 지펠 커뮤니티(http://cafe.naver.com/zipelier) 참여도를 주요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체험단은 회사측에 지펠 사용 후기를 제공하고 5200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지펠 커뮤니티와 각 개인별 블로그에도 체험기를 올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워 블로거의 사용후기는 객관적 설득력을 갖춰 잠재 구매 고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 '와이프로거' 등 파워블로거로 '윈윈' = 개인 블로그나 커뮤니티를 통해 소비자 여론을 주도하는 주부인 '와이프로거(와이프+블로거)'와 파워블로거를 활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스타급 '와이프로거'들의 경우 운영하는 블로그의 방문자가 하루 수 천명이 넘는 등 메시지 파급력이 큰 데다 이들이 체험을 바탕으로 올린 제품평이나 활용법 등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훨씬 더 큰 호소력을 갖기 때문이다.

LG데이콤은 30~40대 와이프로거들을 대상으로 myLG070 체험단을 운영하고 있다. 집전화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을 활용한 전략이다. myLG070 체험단의 블로그에는 인터넷전화의 가입 및 설치부터 이용 후기 등이 올라온다.

소니코리아도 최근 DSLR(디지털렌즈교환식) 카메라 '알파'를 홍보하기 위해 주부 체험단 '알파맘'을 모집했다. 소니의 최신 알파 카메라를 무료로 사용하면서 제품 개선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회사측에 제안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해당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올리고 사진 경진대회, 카메라 관련 교육 등에 참여하고 있다.

SK텔레콤 DATA사업본부 안회균 본부장은 “일방적인 정보 전달만 하는 ‘외치기’ 식 광고는 적극적이고 자기 표현의 욕구가 높아진 요즘 고객과의 소통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앞으로 쌍방향 대화를 표방하는 휴먼텔링 마케팅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