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컴퓨터 장애대처 한국 이미 늦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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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정부의 밀레니엄 버그 문제 자문업체인 가트너 그룹이 최근 한국을 밀레니엄 버그 위험지역으로 지목함으로써 가뜩이나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 속에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큰 짐을 안게 됐다. 밀레니엄 버그는 컴퓨터가 2000년대와 1900년대를 구분하지 못해 컴퓨터가 오작동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로서 Y2K문제라고도 한다.

가트너 그룹은 미공개의 내부지침에서 한국은 밀레니엄 버그 대처시한이 지난 3월31일로 이미 지났으며 2000년까지 남은 1년7개월여동안 밀레니엄 버그가 1백% 해결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밀레니엄 버그 대응도에 따른 가트너 그룹의 5단계 분류에 의하면 한국은 저수준인 2단계 국가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영국.호주.캐나다 등은 4단계, 일본은 3단계, 동남아의 개발도상국가들은 1단계 또는 2단계 국가로 분류됐다. 정보통신진흥협회 최성규 본부장은 "가트너 그룹이 한국을 위험지역 (high risk) 으로 분류한 것은 밀레니엄 버그 해결 프로젝트를 공급하는 전 세계 컴퓨터시스템통합 (SI) 업체들에 한국에서의 수주를 기피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고 말했다.

가트너 그룹의 지침은 이달초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열린 정부의 밀레니엄 버그 대책회의에 보고됐다고 산업자원부 백만기 (白萬基) 산업기술국장은 전했다. 미국의 유력 경영컨설팅업체인 앤더슨 컨설팅사도 최근 한국법인에 "한국에서 밀레니엄 버그는 비즈니스의 기회라기보다 위험" 이라는 지침을 전달하고 밀레니엄 버그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2000년 이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보장' 을 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특히 앤더슨사는 지침전달 이전에 체결한 프로젝트중 2000년전 밀레니엄 버그 해결을 '보장' 한 기존의 계약서들을 전면 재검토했다.

한편 미국계 은행들은 거래관계가 있는 한국 금융기관에 대해 밀레니엄 버그의 해결방법과 추진현황 등에 대해 질문서를 보내고 있으며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신용도를 낮추는 등 불이익을 줄 태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수.김종윤 기자 〈ys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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