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제 이렇게 풀자]2.금융산업 구조조정 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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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쏟아부어야 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계산방법은 다소 차이가 나지만 최소 64조원 (금융연구원)에서 67조원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를 것이라는 게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의 예상이다. 4백50조원으로 추정되는 98년도 국내총생산 (GDP) 의 15%를 훌쩍 뛰어넘는 막대한 규모다.

◇ 소요재원 = KDI는 ^부실채권 매입비용 29조9천1백억원^은행증자 17조4천2백억원^예금자 대지급금 19조7천5백억원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오는 2002년까지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끝마치고 이를 위해 발행한 채권을 이 기간 안에 상환한다는 가정아래 추산된 금액이다. KDI는 우선 올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규모가 1백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중 절반 수준인 50조원을 매각대상채권으로 잡았을 때 부실채권 매입에 드는 돈은 이자비용을 포함, 총 29조9천1백15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제결제은행 (BIS) 기준으로 자기자본비율 8%에 미달하는 은행의 증자금액 35조원 가운데 정부가 10조원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10조원은 이자발생 금액만 7조4천2백50억원 (이자율은 연 15%로 가정) 이 소요되므로 총 17조4천2백50억원이 증자비용으로 들어간다. 이밖에 은행이나 비은행 금융기관을 정리할 경우 정부가 자산과 부채차액에 대한 대지급 부담 문제가 남아 있다.

총 19조7천5백억원의 대지급 및 이자비용이 발생한다는 예상이다. 금융연구원은 금융권별 자본 건전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필요 자본에서 이미 손실이 난 부문을 감안한 실제 자기자본을 빼는 방식으로 구조조정 비용을 계산했다.

올해 부실채권 규모가 6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가정아래 추정된 소요 금액은 총 64조원에 달한다.

단 대지급 및 이자비용은 제외하고, 금융기관 주주나 예금자 부담분 등 정부의 직접조달 이외의 부분까지 포함시켰다.

◇ 재원조달 = 조달 여건이 불투명하다는 것에 연구기관 모두 의견이 일치한다. 재원조달 방법으로는 채권을 발행하거나 공기업 매각, 그리고 세금을 거두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데 워낙 필요한 금액이 많다보니 어느 것 하나 수월하게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산업 구조조정 이외에 실업문제.중소기업 지원 등에 투입해야 할 비용도 만만치않은 상황이다.

금융연구원은 이와관련, 성업공사 부실채권정리기금으로 매입하는 채권을 대상으로 한 자산담보부채권 (ABS) 등이 비용조달 방법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또 KDI는 기금의 원금은 채권발행을 통해 조달하되 이자 지급분은 주로 재정에서 부담하는 방식으로 향후 10년간 7조원의 재원을 확보해 투입하면 10년 이내에 원리금 상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를 폐지.정비해 매년 3조원 이상의 세금을 추가로 확보하고, 음성 탈루소득을 양성화하면 1조~2조원이 모인다는 설명이다.

또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매년 2조원 이상을 조달할 수 있으며 교통세와 부가가치세를 상향조정하면 연간 2조원의 세수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예금보험기금에서 매년 3천4백억~7천4백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면서 부실채권정리기금채권이나 은행증자, 대지급에 필요한 이자분은 덜 수 있다고 봤다.

물론 부실덩어리인 금융기관을 위해 국민 부담만을 강요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원금에 대한 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국제기구의 지원금 이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일시적 부담증가를 각오하고라도 금융부실은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종양' 같은 것이란 국민적 인식이다.

박장희 기자 〈pooh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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