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을 찾아서] 맨땅에서 돈 번 비결 대체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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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봉 토스트, 연봉 1억 신화
김석봉 지음, 넥서스BIZ, 232쪽, 9800원

나는 아르바이트로 12억 벌었다
조인호 지음, 위즈덤하우스, 235쪽, 9800원

부자 되는 법과 성공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책이 쏟아진다. 내로라하는 부자들은 어떻게 돈을 모았는지, 성공하는 사람들은 어떤 습관을 가졌는지, 3년 만에 1억원을 모으는 방법은 무엇인지…. 사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뾰족한 노하우 같은 건 없다.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지당한 말씀뿐이다. 앞서간 사람들이 들려주는 성공담을 통해 언젠간 나도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다지는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소개하는 신간 역시 마찬가지다. 오로지 성실함을 무기로 토스트 노점을 번듯한 사업으로 일궈낸 비즈니스 성공담과 무조건 모으고 절대 쓰지 않아 재산을 불린 아르바이트 청년의 재테크 성공기. 그럼에도 ‘억’소리 나는 신간의 제목들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신간 두 권이 이야기하는 방향은 살짝 다르다. 『나는 아르바이트로 12억 벌었다』의 핵심이 죽자 사자 모은 ‘돈’이라면『석봉 토스트, 연봉 1억 신화』는 성공하는 비즈니스 노하우에 초점을 뒀다.

새벽 6시부터 오전 11시까지 무교동에서 8년째 토스트를 굽는 저자는 1년에 1억원의 수입을 올린다. 토스트에 브랜드를 달아 체인점을 거느리고 대형 쇼핑몰에 매장도 열었으며, 중국에도 지점을 만들어 세계 최초의 토스트 프랜차이즈 사업의 첫 발을 내디뎠다.

깡촌에서 나고 자라 어려운 형편에 초등교육을 겨우 마친 그가 노점 성공 신화를 일군 바탕에 특별한 건 없다. 미소로 손님의 마음을 잡고, 청결을 위해 최고급 티슈를 썼으며, 호텔 조리사 복장으로 빵을 굽는다. 새로운 메뉴 개발에 힘쓰고, 토스트 하나에도 마음을 담았다. 관건은 실천이다. 비결이라고 하기엔 진부하지만 알고도 행동하지 못했다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새겨 들을 이야기다.

내가 벌어 맘껏 쓰겠다는 심산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청년의 재산 불리기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60대의 용역업체 직원이 아들뻘 되는 사장에게 무시당하고도 굽신거리는 걸 보고 세상을 알았으니, “세상은 어디나 완벽한 등급제를 요구한다. 학교에서 등급을 매기는 기준이 성적이었다면 사회에서는 돈으로 바뀐다는 것, 차이는 그뿐이다.” 살벌한 현실을 받아들이니 “절대 한 푼도 헛되이 쓰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가 남았다.

『나는 아르바이트로 12억 벌었다』의 저자는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밤낮 가리지 않고 주중에나 주말에나 아르바이트를 하니 돈 쓸 시간은 없고 수입은 고스란히 통장으로 들어갔다. 돈이 생겼다 하면 무조건 통장을 만들었고,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주유소에서, 세차장에서, 식당에서, 공사장에서, 허드렛일만으로 7년간 모은 돈이 1억 5천만원이었다. 그 돈은 부동산 투자의 밑천이 됐고, 두 곱 세 곱의 이익을 실현했다. 서른셋이라는 나이에 12억 재산가가 됐지만 그의 생활은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걷고, 5000원이 넘어가는 외식은 생각지도 않는다. 아직도 나태해질까 고삐를 당기고 소비의 유혹을 경계한다니 돈독이 올랐나 싶기도 하지만 그의 원칙에 수긍하지 않을 수는 없다.

신간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진리다. 상투적인 결론 탓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역시나 하는 실망감으로 변하더라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겠다. 위법과 탈법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며 잇속을 챙기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금리보다 나은 투자를 할 재간도 없으니, 어느 세월에 내게도 운이 따를까 한숨 쉬는 우리네들에게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에 성공한 이들은 그래도 위안이다. 로또로 인생을 역전시키고 대박이 터지기를 기대하는 요즘 세태에서 미련하다 소리 듣고 손해 보기 십상일 것 같지만 사행 열풍의 대척점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래도 한 번 더 정도(正道)를 믿어보자고 등을 두드려준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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