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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 가족의 위기와 사회복지' 세미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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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여보, 당신을 볼 면목이 없구려. 내가 없는 동안 두 아이를 잘 키워주길 바라오. 다른 가족들에겐 알리지 말고 지방으로 발령났다고 해 주시오. " 지난 2월 실직한 姜모 (43.경기도안산시) 씨가 집을 나가면서 아내 金모 (41) 씨에게 남긴 쪽지. 姜씨는 회사 재직시 부인 몰래 선 빚보증으로 퇴직금마저 한푼도 못받게 되자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을 뒤로하고 집을 나선 것.

'가출하는 아버지.어머니' '버려진 아이들' '학교와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청소년' '매맞는 아내' '이혼' '자살' …. 작금의 대량실업으로 우리 가정에 깊게 드리워진 상처들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가정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미래의 사회적 비용이 실업대책 예산보다 더욱 크게 들 것" 이라며 정부와 민간단체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최근 한국가족사회복지학회가 마련한 '실직자 가족의 위기와 사회복지' 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쏟아졌다.

카톨릭대 정무성 (鄭戊晟) 교수는 "실직자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경제적.정서적으로 고통받고 있으므로 전체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인 가족복지정책의 수립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노사정 (勞使政) 협의체를 중심으로 실업문제 대처체제 가동 ▶사회복지기관을 통해 실직자 가족에 대한 전문적 서비스 제공 ▶종교.사회단체의 실직자 지원운동 등이 필요하다는 것. 가장의 실업증가에 따라 여성들의 경제참여가 크게 늘어날 전망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족내의 역할 재조정의 변화 조짐은 보이지 않는 실정. 따라서 가중되는 여성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출산보험.양육수당.자녀수당.공공보육등의 프로그램이 개발돼아 할 것으로 鄭교수는 보고 있다.

가구의 수입을 도맡아오던 가장 (家長) 의 실업은 필연적으로 가족 전체를 실업의 영향권에 놓이게 해 ▶가장을 제외한 가족 구성원의 취업 ▶아내의 심리적 고통 ▶가정내 폭력 ▶자녀의 교육환경 변화 및 정서적 문제 ▶가출 ▶자살 등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아내.자식이 '남편의 실직이 개인의 무능력때문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생긴 특수한 현상' 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방지의 첫걸음. 서울대 조흥식 (曺興植) 교수는 "실직자의 스트레스는 분노.배신감 (실직시)→체념후 재취업 시도→초조.불안 자신감 저하 (재취업 실패시) 등의 단계를 거치는데 우리나라의 실직은 장기화될 전망이므로 '실직한 아버지 모임 (02 - 208 - 0660)' 등 동병상련 (同病相憐) 으로 자신감을 회복할 것" 을 충고한다.

이와함께 ▶담당자가 실직자의 자녀문제.구직.직업훈련.실업수당안내 등을 일괄적으로 처리해 주는 원스톱 서비스 실시 ▶전국에 실직자를 위한 전문상담소를 설치할 것을 曺교수는 제안했다.

김창규 기자

〈hi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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