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길씨, 개인 장서 8193권 북한 보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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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만길 총장은 "내가 보낸 책과 자료들이 남북 간의 역사인식 차이를 줄이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강만길(71)상지대 총장이 개인 장서 8193권을 북한 사회과학원에 기증한다. 통일부도 16일'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강 총장 장서의 북한지역 반출을 승인했다. 강 총장은 남북역사학자협의회의 남측 대표를 맡고 있다.

북한에 보내는 책은 주로 역사학 및 사회과학 서적들이다.'조선왕조실록''비변사등록'등 조선시대 사료들도 있다. 개인이 북한에 인문사회 분야 서적을 대량 기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강 총장은 16일 "남한에는 흔한 조선총독부 발행 관보 등 일제시대를 연구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가 북한에는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남북 서적 교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당초 총독부 관보 한질 정도를 보내려다가 아예 소장 서적 전부를 보내주기로 작정했다"는 것이다. 그는"배편이 마련되는 대로 인천항에서 남포항으로 보낼 것"이라며 "8000권이면 남한 학계의 연구동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남북 간 역사인식의 차이도 좁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총장이 북한에 책 기증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해 8월 말. 평양에서'국호 영문 표기'를 주제로 열린 남북 공동 학술토론회에서 태형철 북한 사회과학원장을 만나"내 책들을 북에 보내고 싶다"고 제의했다. 북측도 흔쾌히 받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장서 목록을 작성해 올해 초 통일부에 승인 신청서를 냈다. 사회과학원을 택한 데 대해 강 총장은 "사회과학원은 북한의 대표적인 연구기관이고, 일반 대학생이 아니라 학자들끼리 연구하기 위해 책을 보게 될 테니 북한 당국도 큰 부담이 없을 것 같아서"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보내는 자료들은 남한의 웬만한 도서관에는 다 있는 것이라고 강 총장은 밝혔다.

당초 반출을 신청한 책은 8461권. 그러나 268권은 반출 허가를 받지 못했다. 금지된 서적은 주로 일제시대 총독부 자료인 정부기록보존문서 자료 245권과 '한국공산주의운동사''세계의 한민족''한말에 있어서의 중립화론' 등 통일부 발간 서적 11권,'한국군제(軍制)사''독립군항쟁사''동국병람' 등 국방부 발간 서적 5권, '보안유의 자료' 7권 등이다. 보안유의 자료에는 고교 국사교과서(상)와 '한국의 영토''한국의 법''한국자본주의 성립사론''민중''논쟁으로 본 한국사회 100년''대총사학비판' 등이 포함됐다. 통일부의 김창수 사무관은 "정부가 발간한 서적 외에도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7권을 보안유의 자료로 분류, 반출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배영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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